◆ 안갯 속 증시 투자전략 / 외국계 운용사에 듣는다 ◆
미국의 통화정책은 방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데다 국내 기업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경기 침체로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외 어느 자산도 명확한 우위를 갖는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자들에게는 희망이 없는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외국계 증권사·자산운용사의 고위급 전문가들에게 연말연시 한국 증시의 향배와 투자전략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와 중국 경기의 둔화 속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투자처로는 원화 절하 국면에서 실적 상승이 예상되는 환율 수혜주에 주목하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오성식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주식부문 대표는 "지난 2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던 중국 수혜주가 이제는 중국 경기 둔화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원화 절하에 따라 환율 수혜주가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며 "환율 수혜주는 중후장대 산업 위주이고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전체적인 시장 상태는 올해보다 나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전무(CIO·최고투자책임자)는 "과거와 같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달러화·원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원화 약세로 돌아서면 수출 중심의 업종·주식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주의 실적 회복이 주가에도 반영되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성장주 사이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메다 사만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디렉터는 "한국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정책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주식시장 전체의 재평가를 위해서도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시에 가장 부정적 요인으로는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꼽혔다. 크리스티앙 툰토노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과잉공급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요원해 투자에 있어 조심하자는 의견"이라며 "부동산 공실률도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고, 중국 정부가 하락기마다 완충으로 활용했던 인프라섹터에 대한 투자도 최근 들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지난 2년간 중국 관련 중소형 성장주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 사만트 인베스트먼트디렉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를, 오 대표는 저평가 환율 수혜주인 자동차·정유·석유화학 기업을, 박 전무는 수출 효과를 업은 IT·자동차와 국내 소비 확대를 바탕에 둔 유통주를 각각 꼽았다.
오 대표는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면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현금흐름이 꾸준한 기업, 경기회복 탄력성을 가진 기업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의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박 전무는 "금리 인상 이후 국내 증시는 지금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침체
반면 오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본토의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른 수출국가의 수혜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미국 경기회복은 서비스·에너지 섹터가 중심이어서 제품 위주의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