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설립기준 완화를 앞두고 헤지펀드로 전환이 예정된 투자자문사에 우수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성이 높은데다 운용성과에 따라 펀드매니저가 성과보수를 받아갈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종합 운용사나 증권사에서 촉망받던 유능한 인력들이 헤지펀드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HSBC증권에서 전략과 퀀트 분석을 담당했던 이종필 애널리스트가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을 준비중인 라임투자자문의 헤지펀드그룹장(상무)으로 영입돼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라임투자자문은 대신자산운용에서 롱숏전략 담당 헤지펀드1본부를 이끌었던 김영준 본부장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연내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그로쓰힐투자자문도 KB투자증권에서 스몰캡(중소형주)을 담당했던 서해석 애널리스트, 대신자산운용에서 리서치 업무를 맡았던 최경철 애널리스트를 최근 데려왔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자문사에서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한 쿼드자산운용도 이달초 한국투자공사(KIC)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던 이광욱 차장을 영입했다.
내달 자문사 및 사모전문 운용사로 전환을 준비중인 쿼터백랩은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출신인 양신형 대표가 2년 전 회사를 나와 설립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온라인 자산관리 플랫폼을 통해 내달 국내 첫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네덜란드계 투자은행 ABN암로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장두영 부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에서 글로벌 자산배분을 총괄했던 조홍래 이사, 미국 운용사 굿하버파이낸셜에서 포트폴리오매니저를 했던 제프리김 등 국내외 우수인력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 초반에 출생한 30대란 점이다. 증권사나 운용사에서는 실무적으로 전성기에 있는 과장이나 차장급이다. 이들이 이름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설립되지 얼마 안된 헤지펀드 운용사로 옮기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성, 펀드매니저에 대한 성과보수 지급 시스템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라임의 경우 헤지펀드 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30~40%를 매니저에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국내 헤지펀드의 성장 가능성과 합리적인 성과보수 체계 등 때문에 우수 인력들이 기존 금융회사에서 옮겨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향후 공모펀드에도 성과보수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내에서도 회사와 매니저 등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서로 달라 실제 도입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수 투자인력의 헤지펀드 운용사로의 이동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편 사모펀드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25일 시행되면 금융위는 헤지펀드 등 사모전문 운용사 등록신청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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