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조3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공모펀드 시장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1개월, 3개월 수익률이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형주 중심의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넘기면 수익률이 저하되는 이른바 ‘공룡펀드의 저주’에서 메리츠코리아가 빠져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1.11%로 45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41위,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01%로 44위로 저조하다. 최근 1개월 시장 반등 국면에서 40개 운용사가 플러스(+) 성과를 냈는데 메리츠 펀드는 손실을 본 것이다. 국내주식형 펀드 합계 설정액 1조원 이상 운용사 13곳만 비교하면 최근 1개월과 3개월 성과가 모두 최하위다.
과거 2008년의 ‘미래에셋인디펜던스’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2011년의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이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등 상당수 펀드가 설정액 1조원을 고비로 수익률이 크게 꺾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공연하게 공룡펀드의 저주라고 부르고 있다. 펀드로 갑자기 많은 돈이 몰리면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낮아 투자하지 않았던 종목들까지 담을 수밖에 없다. 또 기존 보유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개별 종목을 발행주식수 대비 1% 이상 보유하게 되면 분기 단위로 포트폴리오 상당수가 그대로 공개돼 차별화된 운용을 이어가기가 힘든 것도 공룡펀드 성과 부진의 원인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성과 부진을 9월 이후 본격화된 중소형주에서 대형주 장세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월초 기준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보유한 87개 종목의 평균 시가총액은 2조8677억원으로 시장 평균인 7조7932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보유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51.67배,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51배로 기업 이익이나 자산가치 대비 현재 주가가 고평가된 종목을 많이 담고 있다.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회전율은 연간 65%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회전율이 높을 경우 편입 종목을 지나치게 많이 교체해 거래비용을 높인다는 문제도 있지만, 시장상황과 펀드규모가 크게 변화할 때는 적절한 포트폴리오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크게 달라질 때는 보유 포트폴리오를 상황에 맞게 교체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펀드매니저가 보유중인 종목들에 너무 확신을 갖고 고집을 부리면 상당기간 시장수익률을 하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성과 부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염려는 알고 있지만 메리츠코리아 펀드는 시장상황이 아니라 개별 종목의 중장기 성장가치를 보기 때문에 아직까지 포트폴리오 교체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펀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중단)의 방법과 시기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최근 수익률 저하가 당분간 지속될지, 아니면 곧 회복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과거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이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는 1조원 벽에 부딪힌 이후 수익률이 거의 회복되지 못했다. 반면 KB밸류포커스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 등은 1조원 돌파 이후 잠시 주춤거렸지만 3개월 내지 6개월 사이 비교적 빨리 수렁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회복했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지난해 2조5000억원을 넘기고 나서야 수익률이 일시 주춤했지만 약 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6~2007년과 같이 대형주가 주도했던 강세장과는 달리 최근 2~3년 사이 박스권장에서는 성과를 잘내려면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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