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규제 완화’를 소리높여 외쳤던 보험사들은 금융위원회가 각종 규제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과감한 방침을 발표하자 비상이 걸렸다.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규제 방안에 맞춰 경영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18일 “내년 사업계획 구상을 시작한 경영진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그동안 비슷비슷한 상품을 팔면서 채널·마케팅 경쟁에 치중했는데 앞으로 상품과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정해놓은 사전 규제에 안주해 자율적인 상품 개발과 자산 운용 실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다. 3개월에 불과한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을 악용해 타사 신상품을 너도나도 베끼는 데 치중하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최대 12개월로 확대돼 타사 신상품에 ‘무임승차’하기가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의 사전적·직접적 규제가 사라지면서 보험사 본연의 실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일이 가르쳐주던 ‘코치’가 사라진 무한경쟁 시장에 던져진 보험사들은 방향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특히 부실상품을 판매했을 때 사후적 책임이 대폭 강화된 데 대한 부담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모집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대폭 상향할 방침이다. 장 회장은 “자율성이 확대된만큼 회사 경영진들이 져야할 책임도 커졌다”며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보험사들은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주력 상품부터 타깃 고객층과 가격대, 판매 채널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된만큼 언더라이팅을 강화해 우량 고객을 선점하는 보험사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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