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 종신보험을 가입하려던 주부 A씨는 보험설계사를 만나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A씨가 원하는대로 특약을 변경하고 보험료를 조정하기 위해 설계사가 수차례에 걸쳐 회사와 A씨 집을 왔다갔다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A씨가 서명한 종이 서류만 수십장이었다. 상품 안내 자료, 가입설계서, 청약서, 상품약관 등 설계사가 가져다준 서류는 100여장에 달했다. A씨는 “서류는 많은데 상품을 이해하기도, 한번 가입하기도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청약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보험 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아직도 수십에서 수백장의 종이 서류가 낭비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전자청약이 확대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로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다를 경우 전자서명을 인정하지 않는 ‘대못’ 규제를 꼽는다. 설계사들이 전자청약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같은 규제 때문에 과거 영업 관행을 그대로 고수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현장점검반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금융당국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논의를 미루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년 전자청약 제도가 도입된 이후 태블릿 PC를 통한 보험 계약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자청약으로 신규 계약이 이뤄지는 비중은 미미하다. 전자청약은 보험설계사가 태블릿 PC를 이용해 상품 설계에서 보험 청약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소비자는 상담 받는 자리에서 본인이 원하는 주계약과 특약을 바로 적용해 보험료를 산출해볼 수 있어 유리하고, 보험설계사는 수십장에 달하는 종이서류를 들고 지점을 오고가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본인 인증을 거쳐야 전자서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의 위험도 적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태블릿 PC를 이용하면 다양한 이미지와 동영상을 활용해 고객에게 상품을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어 고객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효과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전자청약이 확산되는 속도는 더디다. 상법 731조에 ‘타인의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계약은 서면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다른 경우에는 전자서명을 통한 청약이 불가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녀가 피보험자일 경우처럼 가족 구성원끼리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무조건 종이 서명을 받게 돼있다”며 “이같은 규제가 있는 한 전자청약 활성화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태블릿 PC를 통한 보험금 지급도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다른 경우는 불가하다. 피보험자가 다수인 단체보험도 전자청약이 불가하다. 이 법은 당초 보험 당사자의 확인 절차를 강화해 보험 사기 같은 범죄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보험업권의 핀테크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보험사들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보면서도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해결을 미루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소관 법안이 아니라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 채널과 달리 법인대리점(GA)으로 전자청약이 확산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전자청약에 선도적인 삼성화재 보험설계사가 태블릿 PC를 보유한 비율은 93.8%에 달하지만 전자서명 비율은 올해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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