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당선 판교역세권에 있는 주차빌딩인 ‘판교역 호반 메트로큐브’. 상가와 오피스텔, 주차시설이 함께 입점해있다. [김태성 기자] |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강원 원주기업도시 주차장용지 6필지 입찰에는 총 858명이 몰려들어 평균경쟁률 143대1을 기록하며 모든 필지가 팔려나갔다. 이중 726㎡짜리 필지 경쟁률은 250대1에 달했다. 앞서 지난 4월 공급된 5개 필지가 최고 222대1에 완판된 것을 포함해 올해 원주기업도시에서 진행된 주차장용지 입찰은 모두 수백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같은시기에 나온 공동주택(아파트)용지와 상업용지 경쟁률이 한자릿수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인기가 뜨거운 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신도시와 산업단지에 조성한 주차장용지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달초 포항블루밸리 주차장용지 입찰에는 2000㎡ 면적 필지 하나에 58명이 뛰어들었다. 정액제인 원주기업도시와 달리 LH 주차장용지는 최고가 경쟁입찰로 진행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지난 6월 강원혁신도시에서 나온 800㎡ 소형 필지는 예정가격의 250%인 21억원에 낙찰됐다.
주차장용지는 말 그대로 신도시 등에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업지역바로 옆에 배치한다. 땅 주인들은 이곳에 주로 주차빌딩을 지어 이용자에게 주차요금을 받는데, 건물 연면적 30%까지 근린생활시설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위치상으로는 ‘준(準) 중심상업지구’인 셈이라 목 좋은 상권을 노리는 알짜 점포들이 앞다퉈 입점한다. 호반건설이 분양한 ‘판교역 호반메트로큐브’가 대표적이다. 지상 1~10층 중 2~7층을 주차장으로 운영하고 1층은 편의점과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이 입점한 쇼핑몰, 8~10층은 전용면적 25~32㎡ 오피스텔 177실로 구성됐다. 신분당선 판교역이 바로 앞에 있는 입지적 장점 덕에 이곳 상가의 3.3㎡당 기준시가는 6334만원으로 국세청이 조사한 전국 상업용건물 가격 순위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가격은 싸다. 원주기업도시에서 지난 13일 나온 주차장용지 3.3㎡당 가격은 평균 205만원으로 바로 옆 상업용지(400만원대 중반)의 절반도 안 됐다. 호반건설이 사들인 호반메트로큐브 부지도 주변 상업지구보다 70%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건설사 뿐 아니라 개인 자산가들도 주차장용지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원주기업도시 땅 분양을 맡고 있는 김준현 롯데건설 책임은 “평균 가격이 필지당 4억~7억원대밖에 안 돼 개인이 투자하기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4억2300만원으로 값이 가장 낮았던 필지 경쟁률이 제일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열 조짐도 보인다. 상가가 활성화되려면 주변 택지지구에 인구가 유입돼야 하는데 원주기업도시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는 시기는 빨라야 2017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반면 이번에 공급된 주차장용지 사용시기는 내년 2월부터다. 매입하면 최소 1년간 땅을 놀릴 수밖에 없다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미리 선점하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롯데측도 예상치 못하게 입찰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직접 주차빌딩을 지어 임대를 놓기도 하지만 땅을 전매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투자자도 많다. 최근 공급되는 주차장용지는 매입 후 즉시(LH), 또는 한달 후(원주기업도시)에는 전매가 가능하다. 분양가 이하로만 팔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개인간에 몰래 웃돈을 붙여 파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언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