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 시장은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릴 것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금을 보면 집 값이 더 오를 것 같기도 하고 분양물량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아파트를 보면 몇년 후 집값이 다시 떨어질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시장에서 집값 분석과 중개를 해온 백전노장, 재야의 고수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어떨까. 김찬경 잠실1번지·위례박사 대표(잠실·위례)와 신만호 골드웰부동산중개법인 대표(압구정), 이윤상 사주와부동산중개법인 이사(반포·대치),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개포)로부터 집값 전망과 내 집 마련 전략 등을 들어봤다.
-최근 아파트 매매시장은 어떤가.
▶김찬경 대표=강남은 지난 2013년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들어 거래량이 폭발했다. 사이클로 볼 때 회복기를 지나 이제 가격 오르면서거 거래가 많아지는 단계로 집입한 것 같다. 앞으로 강남과 여타 지역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초반 상승장과 비슷하게 압구정과 반포 등 강남의 좋은 곳은 더 오르고 강북 등 입지가 떨어지는 곳은 보합이거나 약세를 보일 것이다. 이미 과거엔 33평 아파트 기준으로 강북과 강남 가격 격차가 2배 정도였는데 지금은 5배 가까이 나기도 한다.
▶채은희 대표=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반포와 잠실, 개포를 놓고 매수자들이 어디를 살까 고민하다가 개포를 찍는 사례가 많았다. 지금은 반포와 잠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개포 손님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개포는 주변에 견줄만한 새 아파트 없어서 현재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재건축하는 만큼 완성이 되면 여타 단지와 차별화가 될 것이다.
▶이윤상 대표=강남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매수세가 붙지 않는데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외려 오르는 이유는 재건축 이주수요와 저금리 때문이다. 매도자들은 너무 저금리여서 집을 팔아봤자 마땅한 다음 투자처가 없기 땜누에 가격을 내려서 팔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하지만 반대로 이주수요가 줄고 금리가 상승하면 지금과 달리 시장을 보수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은 2017년 3% 수준의 금리를 얘기하고 있고 재건축 이주 수요도 내년 초중반이면 4분의3정도 끝날 가능성이 있다.
▶신만호 대표=금리가 워낙 낮고 강남권 중심으로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다. 이런 여건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올해와 비슷한 시장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개 지역별로 보면
▶김 대표=잠실은 강남과 서초를 뛰어 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와 현대자동차 한전부지 개발 등 굵직한 호재가 있는데다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아파트 등 재건축 사업도 움직이고 있다. 송파만 보면 다음달 송파 헬리오시티가 분양에 돌입한다. 위례는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신도시다. 잠실과 가락, 문정, 위례 일대 아파트값은 앞으로 20% 정도 상승여력이 있다.
▶채 대표=개포동은 쾌적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강남에서 산과 강, 공원을 두루 낀 곳은 개포가 거의 유일하다. 개포주공2단지는 철거에 나섰고 3단지와 시영도 이주에 들어간다. 재건축 후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시장에서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대표=반포는 현재 재건축이 빠른 단지난 600~700여가구 규모이고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3차 통합단지 등 정말 큰 단지가 이제 막 조합을 꾸리고 속도를 내고 있다. 반포는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단지가 10여개나 되고 향후 4~5년 이내 입주가 가시화된 새 아파트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되고 재건축이 더딘 압구정과 대치에서 넘어오는 수요가 늘고 있다. 향후 대규모 단지의 재건축 진행상황을 보면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아야한다.
▶신 대표=압구정은 그야말로 재건축 초기 단계여서 현재 아파트값에 재건축 호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은 시장이 잠깐 주춤하지만 내년즈음 재건축 정비계획이 발표되면 다시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최소 10~20%는 더 오르지 않을까. 압구정 신현대 35평이 올초 14억원 안팎에 거래되다 지금 15억원까지 올랐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건축안을 발표했을 때 17억원 선까지 갔다. 반포는 올해 활황기였던 2006년 최고가를 뚫었다. 압구정은 이제 시작이라 그만큼 상승 여력이 있다.
-기존 아파트를 산다면 언제 어떤 단지를 고르면 좋을까.
▶신 대표=강남 재건축에 관심있는 투자자라면 사업의 7부 능선을 넘어선 사업시행 또는 관리처분에 접어든 단지보다 역발상으로 초기 단계 아파트를 공략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수록 가격이 오른다. 재건축 초기 단계의 단지들은 미래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실수요자는 입주를 목전에 둔 대단지 아파트 급매물을 눈여겨보면 좋다. 쏟아지는 공급 앞에 장사 없다.
▶채 대표=재건축 초기 단계의 아파트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재건축은 변수가 너무나 많다. 사두고도 재건축이 오래 걸리다보면 금융비용 늘어나고 나중에 따지고 보면 결국엔 별로 남는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는 재건축이 확실하므로 이런 단지를 골라야 한다. 예컨대 개포동의 경우 이제 이주에 접어들어 중간에 이주비가 나와서 자금을 한번 더 돌릴 수 있다. 개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34평 입주 가능한 매물이 추가분담금을 더하면 현재 12억원 선인데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한 SK뷰가 3.3㎡당 3900만원에도 성황리에 분양된 것을 감안하면 입주시점에 시세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김 대표=지금이 딱 올랐다가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다. 이 때 매도자들 중에 갑자기 불안해하면서 물건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계절적으로 기존 아파트 시장 비수기인 11월~12월에 맞춰 매수하는 것도 고민해볼만 하다. 위례는 지금 입주에 들어가는 아파트가 많은데, 집들이 아파트 매수는 빠를 수록 좋다.
▶이 대표=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좋지만 이상 신호가 오면 재건축은 단지별로 속도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하락장에서 가격 하락폭이 작을 것 같은 단지에 투자해야 하는데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들이 이에 속한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항상 불확실하다.
-요즘 임대수익을 노린 아파트 투자는 해볼만한가
▶김 대표=소형 아파트는 반전세나 월세로 잘 돌아간다. 상가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자칫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인데 아파트는 월세를 낮추면 임차인 구하기 쉽고 잘하면 아파트값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잠실 리센츠, 엘스, 파크리오 등 25평 소형으로 사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위례는 내년 봄까지 1만가구 정도 입주하는데 현재 기반시설 부족해 다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못해도 판교 이상으로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채 대표=강남구 대치동 선경 우성 미도 등 ‘1+1 재건축’이 추진되는 단지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재건축되면 30평대는 직접 거주하고 20평대 소형은 세를 놓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대치동 중대형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는 추세다. 개포동에서는 우성, 현대 1·2차, 경남에 40~50평형대 아파트가 있다. 현재 40평대는 12억~13억5000만원, 50평대는 14억~15억원대로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이 대표=임대 물건을 찾는다면 조합원 몫을 노리기보다 적당히 저렴한 일반분양을 받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올해 분양 단지 중에서 송파 헬리오시티와 서초한양이나 내년 개포주공2·3차 분양 물량 중 소형 아파트는 향후 아무리 금리가 올라도 박스권 저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월세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집을 잘 사고 팔 수 있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김 대표=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보면 입지와 골조를 보기보다 집에서 커피향이 난다는 등 인테리어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결정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집을 파는 사람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고 집을 팔려면 전문 업체에 돈을 주고서라도 깨끗이 청소를 해 둘 필요가 있다. 집을 보여주는 시간대와 날씨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화창한 날은 집이 더 예쁘게 보인다. 창이 동쪽으로 나 있는 집은 오후에 집을 공개하면 어두워 보인다. 집 보여주기를 꺼리거니 죽어도 못 보여주겠다는 집이 간혹 있는데 이런 집은 오히려 싸게 살 수 있다. 수수료를 아끼려하기 보다 신뢰할 만한 중개사를 만나 제대로 상담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
▶신 대표=매수자라면 매도자 입장에 서서 ‘경우의 수’를 파악하는 게 좋다. 사실 거래에서 가격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에 못지 않게 다른 요인도 있다. 현금이 급하거나 특정 날짜에 꼭 이사를 가야하거나, 내부 인테리어 중 애착이 가서 꼭 떼어가고 싶은 물건이 있는 등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소가 의외로 많다. 매도자는 집이 가장 깨끗하고 행복해보일 수 있도록 청소를 해두면 좋다. 최근 고객 중 한분이 집을 내놨는데 거래가 계속 안되서 찾아가보니 살림이 엉망이었다. 정리정돈을 해서 다시 내놨더니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5000만원 비싸게 거래됐다.
▶이 대표=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좋지 않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 후 준공까지 8~10년 이상 걸린다. 조합도 설립되지 않은 물건에 대해 ‘여기가 나중에 재건축되면’이라는 예측을 하다보면 너무 지치게 된다. 현재의 삶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채 대표=요즘 워낙 전세금이 급등하다보니 집을 팔고 싶어도 세입자가 협조를 안해줘서 집을 못 파는 사례가 많다. 처음 전월세 계약서를 쓸 때 집주인은 세입자와 처음 마주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10~11월 분양이 봇물이다. 어떤 단지를 추천하는가
▶김 대표=송파 헬리오시티는 올해 시장이 주목하는 단지 중 하나다. 미사강변과 동탄2신도시 물량 정도를 추천하고 싶다. 위례는 분양이 당분간 없다. 비록 웃돈이 수천만원씩 붙어있지만 지금 분양권을 매입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신 대표=미사강변은 직접 차를 끌고 돌아다녀보니 강남과 바로 연결돼 교통이 편리하고 업무시설이 많이 들어올 예정이라 일종
▶이 대표=서초한양, 반포한양 등 메인급 재건축 단지가 일반분양을 시작한다. 내년 분양 예정인 삼호가든3차와 신반포6차 등도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나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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