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연일 구조조정 압박

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들에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 은행 17곳의 기업여신 담당 부장들을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으로 불러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매년 시행해온 중소기업 신용위험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을 가려내는 데 다소 느슨하게 나오자 이를 질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채권은행들은 개별 은행 대출이 50억원 이상이거나 총대출이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들 중에서 재무구조 취약 기업 1934곳을 뽑아 신용 평가를 시행 중이다. 워크아웃이 필요한 기업은 C등급으로, 기업 회생절차가 필요한 기업은 D등급으로 분류하게 된다. 지난해 C·D등급은 125곳이었으나 올해는 150곳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은행들이 이들 기업을 구조조정이 필요한 C·D등급으로 분류하게 되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문제는 구조조정 기업을 늘릴수록 대출금이 은행들 손실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채권은행에 엄격한 기업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좀비기업'을 정리할 것을 요청했지만 은행들이 이를 미루자 금감원이 나서 강력한 촉구를 한 셈이다.
조성목 금감원 선임국장은 "지난해 중소기업 신용위험 평가의 경우 정상 등급을 받은 기업이 6개월도 못되어 부실화되기도 했다면서 신용위험 평가가 미흡한 은행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 입장에서도 이 기회에 부실 여신을 한꺼번에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예전 보신주의를 질타했던 시기와 돌이켜보면 올해 금융당국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채권단이 노동조합에 노조동의서를 요구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노조에 "임금동결과 무파업 동의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시환 노조위원장은 "어떤 경우라도 그 같은 내용의 동의서는 써줄 수 없다"며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