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조사한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금 가격변동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보증금 3억~5억원대 상승폭이 13.18%로 가장 높다.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지난달 기준 3억8378만원으로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시(2억8293만원) 매매가보다도 높은 서울지역 특수성 때문에 집계치가 높게 잡힌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전체적으로 저가 전세 아파트 보증금이 조사 기간 중 가장 많이 뛰었다는 분석은 유효하다.
싼 전셋값 보증금이 오르는 속도가 다른 가격대에 비해 더 빠른 이유는 수도권에서 이 가격대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많아서다. 국토연구원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수도권 전·월세 평균가격은 1억9000만원. 특히 서울에서 경기도 등으로 빠져나가는 세입자가 선호하는 전셋집 역시 이 가격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가 몰리는 가격대가 1억원~3억원대에 집중된 만큼 자연스럽게 값이 올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최근 임대시장 패러다임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증금이 쌀 수록 집주인들이 월세로 바꾸는데 부담이 적다”며 “저렴한 전세가 많은 지역일 수록 월세 전환속도가 빨라 전세 공급이 줄어들고 그만큼 전셋값은 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나 동작구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전세가율이 81%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성북구의 경우 지난 7월 종암동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59㎡이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같은달 매매가 3억1000만원을 뛰어넘는 ‘전세-매매’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전세금 상승이 자금 여력이 없는 서민층에게 집중되면서 도심에서 외곽으로 떠나는 ‘전세 난민’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전셋집을 찾기 위한 서울 시민들의 경기도 ‘엑소더스’가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보증금 1억~3억원대에 집중되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급기야는 아파트에서 다세대·다가구로 옮기는 주거 하향화를 촉진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원갑 위원은 “아직 이들은 월세를 감당할만한 여력이 없다”며 “더 싼 전세를 찾아가는데 결국 주거 질도 그에 맞춰 낮출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과도한 월세 부담 탓에 월세를 기피하는 경향도 저가전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전월세 거래 특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탈 경우 주거비는 연간 54.5%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아예 살 때 늘어나는 주거비용 비율(70.4%)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전셋값 상승에도 저가 전세에 남아있으려는 서민들이 많다 보니 공급은 더욱 달리고, 다시 전세금이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결국 ‘전세→월세’ 과도기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전·월세 상한제 등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결국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임대시장 전체 가격수준을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 시간은 걸려도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차제에 ‘고가 전세’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비싼 전세에 사는 세입자에 대한 대출 지원 등을 축소해 이들이 매매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요즘은 반전세가 많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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