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9대1 vs. 0.02대1’.
10월 들어 아파트 신규 분양만 5만9000여가구가 쏟아지는 등 분양 홍수 속에 청약시장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2000년 이후 한달치로는 가장 많은 이번달 분양단지들이 거둔 엇갈린 성적이다. 부동산 경기 훈풍에 올해 15년만에 최대인 49만 가구가 분양하는 가운데 지역별로 청약시장 양극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분양권 전매로 시세차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부산에서는 시세보다 분양가격이 70% 넘게 비싼데도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은 반면 별다른 개발호재가 없는 충청지역 등에는 미달 단지가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 분양시장 분위기를 판가름할 리트머스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6800가구가 청약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30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달 분양한 단지를 청약경쟁률 순으로 살펴본 결과 부산·울산·서울 강남권이 상위권을 휩쓴 반면 대전과 경북 문경 등은 청약신청자가 고작 ‘1명’인 단지까지 나오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올린 곳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분양한 ‘부산해운대 센텀경동리인’으로 257가구 모집에 무려 4만6245명이 몰려 1순위에만 경쟁률 179.9대1를 기록했다. 이밖에 ‘부산정관신도시 가화만사성 더테라스’가 평균 112.2대1로 3위를 차지하는 등 이달 부산에서 분양한 단지 5곳이 모두 상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울산도 ‘울산명촌 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175.3대1의 경쟁률을 올리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청약 불패 분위기를 이어갔다.
청약광풍에 뛰어든 소비자들은 비싼 분양가도 신경쓰지 않았다. 부동산114가 올들어 분양한 전국 아파트 가격을 시세와 비교해본 결과 시세보다 분양가가 가장 비싼 곳은 부산으로 무려 시세의 176%에 달했다. 57가구 모집에 1400명이 넘게 몰린 ‘청담린든그로브’가 있는 서울도 3.3㎡당 평균 분양가격이 1836만원으로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1602만원)보다 15% 더 비쌌다.
반면 다른 지역 분양단지는 말 그대로 ‘파리 날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경북 문경시에서 분양한 ‘문경리더스로젠’에 1명이 청약한 것을 비롯해 ‘충주우석밸리치’와 ‘아산테크노밸리5차’ 등이 줄줄이 미달되거나 한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인근 세종시로 빠져나가는 인구 탓에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대전에서는 ‘대전노은3지구 영무예다음’이 광역시에서 분양한 단지 중 유일하게 청약자를 못 채웠다.
이같은 지역별 청약시장 양극화는 전세난 심화로 집을 찾는 실수요자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 훈풍에 분양권 전매를 노린 가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수도권에서는 전통적인 투자지역인 강남권 강세가 계속되고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는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수요가 집중되는 분위기”라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자 딱히 별다른 개발호재 없이도 프리미엄을 얻을 만한 인기지역에는 청약자가 몰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완전히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경쟁률이 높은 곳이라도 무조건 분위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가 계속되자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나올만한 곳으로 빠르게 투자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청약 경쟁률이 높아도 실제 계약률은 낮은 ‘착시효과’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경기 용인에서 분양하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청약결과가 향후 분양시장 분위기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번에 분양하는 물량으로는 역대 최대(6800가구)로 기네스북에 오른 단지다. 다음달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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