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중국 본토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ETF 제외)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9.98%로 집계됐다. H주 펀드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10.67%에 달해 폭락 전 급등했던 상반기 상승세 못지않은 모습이다. 이 밖에도 러시아(9.44%), 중남미(5.72%), 아시아·태평양(4.87%) 등 신흥국 펀드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펀드별 수익률 상위권은 중국 펀드들이 휩쓸었다. '미래에셋인덱스로차이나H레버리지2.0' '맥쿼리차이나Bull1.5배' '신한BNPP중국본토중소형RQFII' 등 지수 상승의 1.5~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가 한 달 새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러시아와 원자재 펀드들도 10% 이상 수익률을 보였다.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 고공 행진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가 3분기를 기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연내에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 상승과 원자재 가격 반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신흥국 급등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변동성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경기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다시 12월께 결정날 것으로 보여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 낼 만한 호재가 없어서다. Fed는 전날(한국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0월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나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해 12월에 인상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반등 기대감에 한 달 새 2000억원이 몰린 중국 펀드는 각종 지표를 통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감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중국 증시는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중장기 정책 위주인 5중전회가 끝나갈수록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기술적 반등 구간은 이달을 끝으로 마무리되고 다음달에는 대형 호재와 악재가 엇갈릴 수 있는 이벤트가 많아 선제적인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은 물론 브라질과 러시아 등 원자재 부국들은 상황이 더 안 좋다. 높은 물가 상승 압력과 신용등급 추가 강등 우려 등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브라질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까지 겹쳤다.
천연가스 부국인 러시아는 저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재정수입이 크게 줄고 있다. 9월 러시아 정부 재정적자는 앞선 두 달 적자를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4%대까지 낮춰 잡은 상태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 시장 상승 이유는 미국 금리 인상 지연에 따른 통화 안정인데 금리 인상은 시기 문제이므로 통화 안정세가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펀더멘털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상 신흥국 펀드는 장기투자처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올해 초부터 6월 중순까지 평균 수익률 50%를 웃돌던 중국 본토 펀드는 7~8월 37% 급락한 바 있다. 러시아 펀드는 4월 14%, 8월 -12.7% 등 주식 못지않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