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기로 한 데 대해 일부에서 인수가 과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가 2400억원 어치의 지분을 5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가입자 가치를 감안할 때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지난달 30일 기준 종가는 1만900원이다. CJ헬로비전은 우회상장 심사를 이유로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 30%, 2323만주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 이를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주당 2만1520원에 사들이는 셈이다. 현 주가보다 2배 가량 높은 금액이다. 주가로만 보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 가량으로 산정했다는 의미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가량 인정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잔여 지분 23.92%는 향후 5년 이내에 5000억원에 인수할 수 있는 옵션 계약도 맺었다. 이를 1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2만7000원선이다.
이처럼 SK텔레콤의 매입가와 현 주가간의 괴리가 큰 이유는 SK텔레콤이 주가가 아닌 CJ헬로비전의 가입자당 가치로 인수가를 매겼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가입자 당 가치를 45만원으로 봤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방송 415만명, 인터넷 88만명, 알뜰폰 88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산정한 CJ헬로비전의 기업가치는 1조9000억원 수준이란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즉 주가가 아니라 영업가치 측면에서 보면 적정한 가격이란 것이다. 반대로 보면 CJ헬로비전의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그동안 상당한 저평가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CJ헬로비전의 기업가치를 1조9000억원으로 보면 지분 30%는 5700억원으로, 5000억원의 인수가는 많지 않다.
이같은 기업가치 산정법은 케이블 업계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2013년 이후 지역 케이블방송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가입자당 47만원의 가치를 매겼다. 또 C&M의 경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가입자당 100만원 가량의 매각가를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으로 미디어 가입자 740만명, 매출 4조원의 기업이 탄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입가는 비싼 게 아니라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증권가에서도 인수가가 합리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 만큼 가입자수를 늘리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매입가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SK브로드밴드가 가입자 1명을 늘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36만원을 넘어가고 있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가입자를 사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CJ헬로비전 정도의 가입자를 모으는 데 마케팅 비용으로 최소한 1조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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