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의 신규 아파트 중도금이나 잔금 집단대출이 한달만에 1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부터 집단대출을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보고 ‘불길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3일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10월 말 기준 아파트 집단대출 잔액은 91조7665억원으로 9월 말 90조2754억원보다 1조4911억원 늘었다.
9월 한달 증가액인 2조원보다는 다소 증가세가 누그러진 숫자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두번째로 많은 증가폭이다.
특히 지난 6월 말 85조9317억원이었던 집단대출 잔액은 넉달 만에 6조원 가까이 늘었다. 하반기 신규 분양 아파트가 몰리고 은행권의 과당경쟁이 이어지면서 집단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증가세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말부터 각 은행에 집단대출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9월 23일에는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을 불러 기업여신심사와 더불어 집단대출의 승인심사를 강화하라고 구두로 요청했다. 당시에도 집단대출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은행 부행장들이 금감원 요청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은행과 금감원은 지난달 대구·부산·전북·광주·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10월 중 신규 집단대출 영업을 활발히 하면서 실적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5대 은행 중 집단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이 은행은 10월 한달동안 5048억원이 늘었다. 이어 농협은행이 3398억원, 신한은행이 3304억원이 한달새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2397억원, 국민은행은 764억원 늘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마케팅 강화를 통해 신규 집단대출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은행은 영업을 활발히 해 신규 집단대출을 많이 취급했고 기존 대출의 중도금 실행이 되면서 잔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에 대한 집단대출 부분검사를 지난달 말부터 진행하고 4일부터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시행하면서 집단대출 부분검사도 동시에 진행한다. 일단은 대출 승인시 사업성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차후 리스크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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