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전경 |
지난 3일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1-2생활권 아름동 해피라움 상가 주변. 엄마 손을 잡고 산책을 나왔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뛰노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울렸다. 마치 바다 돌고래 소리와 닮아 주민들에게서 ‘돌고래 소리’라고 불리는 애칭이다. 아이를 태우고 장을 보는 유모차 부대도 줄을 이었다. 이 일대는 학권과 병원, 상점 등이 문을 열면서 요즘 ‘세종맘’의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한 직원은 “대부분 손님은 서울 뿐 아니라 대전 등 인근에서 이사 온 젊은 엄마들”이라며“평일 오후와 주말은 어린이들이 뛰어 다녀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웃었다.
행정수도 이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등 정지척 논란 끝에 2012년 7월 출범한 행복도시는 올해 말 1단계 건설이 마무리된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수도권에서 총 36개의 행정기관(1만3000여명)과 14개 국책연구기관(3000여명)이 행복도시로 이전을 마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행복도시 인구는 8만9200여명으로 집계됐다. 올 연말까지 12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세종시를 돌아다녀 보면 곳곳에서 새로 생긴 마을로서 행복이 넘쳐 흐른다. 단지 내 어린이들 웃음 소리가 많은 까닭은 미취학 아동이나 초·중학생 자녀와 함께 세종시로 이사한 젊은 부부가 많아서다. 성장하는 마을에는 젊은 사람이 많은 법. 실제 세종시의 연령별 인구를 보면 30~39세가 23.6%로 가장 많다. 이어 40~49세(20.2%), 0~9세(19.6%),10~19세(13.6%) 등 순이다. 60세 이상은 6.1%에 그쳤다. 가구당 세대원이 2.92명으로 전국 평균(2.47명)보다 높다. 서울·수도권과 대전에서 이사온 사람들의 비중이 각각 35%, 34%로 거의 같다. 아름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거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여건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대전 등 인근에서 이사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대전과 충북·충남지역 출신 비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행복도시는 미래형 신도시 조성 기술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1·2기 신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BRT(간선급행버스)를 타고 도는 도넛 모양의 ‘환상형 구조’로 설계됐다. 중심부에 업무·상업용 시설이 채워지는 기존 도시와 달리 공원들이 조성된다. 단일 공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중앙공원(134만㎡)과 호수공원(32만5000㎡), 국립수목원(65만㎡) 등이다. 조만간 금강 남부를 따라 총 길이 5.1㎞ 폭 35~85m에 달하는 수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전체 토지 면적 중 절반 가량이 녹지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세종호수공원, 국립수목원, 중앙공원, 원수산, 전월산 등 도심 중앙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녹지생태축이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봇대, 쓰레기통, 담장, 광고입간판, 노상주차가 없는 ‘5무(無)’ 도시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건축 기행’이 가능한 마을이다. 정부청사와 세종시 도서관 등 공공시설은 이미 건물자체가 행복도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지난 1~2년 전부터 민간 아파트에도 디자인 설계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성냥갑 아파트에서 탈피해 집을 건축 작품처럼 짓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2-1과 2-2생활권 단지는 특화 설계가 적용됐다. 건물 가운데가 뚫려 있거나 입면이 레고 블록을 쌓은 듯 올록블록하기도 하며, 고급 오피스 빌딩처럼 랜드마크 타워처럼 지어질 예정이다. 1-1생활권은 저층 연립주택을 가로변에 배치하고 가구별로 작은 정원을 넣는 ‘로우 하우스(Row House)‘ 콘셉트로 설계됐다.
상가도 디자인을 따진다. 통상 상업용지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받지만 중심상업지구인 2-4생활권 상업용지는 사업·건축계획과 가격 등을 종합 평가해 가장 우수한 업체에게 돌아간다. 중앙을 관통하는 길이 1.4㎞ 폭 10m 이상의 공공보행로와 건물 중층과 꼭대기층에 각각 공중보행로가 별도로 설치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걷기 좋고, 걷는 동안 눈이 즐거운 도시다.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도 적극적이다. 총 11개 단지로 이뤄진 2-2생활권에는 서너개 단지를 하나의 마을 단위로 묶어 아파트는 달라도 이웃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며 교류할 수 있는 통합커뮤니티시설이 된다. 행복청 관계자는 “단지별로 주민 커뮤니티시설이 중복돼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도시는 오는 2030년까지 총 50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계획됐다. 총 3단계 개발 계획 중 이제 3분의 1을 마쳤다. 기업과 민간 연구소 등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확충해야 할 시점이다. 입지 문제에서 자유롭고 고급 정보와 지식 수요가 큰 벤처기업 등의 이전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행복청은 약학·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능력을 자랑하는 아일랜드 코크국립대·틴틀국립연구소와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일시적으로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하락세였던 아
허재완 중앙대 도시경제학 교수는 “주거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행복도시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5~10년 후 창의적인 인재와 아이디어를 발신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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