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신정도시마을 주민 17명은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자리에 함께 하면서 한결 더 친해진 기분이었다. 강사의 설명을 따라서 커피의 다양한 향도 맡고 맛도 보는 즐거운 시간 속에서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신정도시마을은 바로 서울시 SH공사가 자치구와 연계해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공급한 곳이다.
지난해 입주한 이 공공주택은 처음부터 국민임대 주택 대상자 중 혼인 기간이 5년 이내이고, 그 기간에 출산해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를 겨냥했다. 비슷한 또래 입주자들끼리 혼자 힘으로 버거운 육아 등 고민을 나누는 공동체로 처음부터 설정됐기 때문에 통하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SH공사는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부모커뮤니티지원사업’을 벌여서 입주민들이 더욱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활성화시켰다. 이뿐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단지 인근 장수산에서 야외 나들이 행사를 열어서 유모차를 끌고 소풍을 나와 다과를 나누는 일정도 공유했다. SH공사가 일부 비용도 지원했다.
서울시 SH공사는 시민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표적 기관이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삶의 양식을 구현하기 위해 핵심으로 내건 가치가 바로 ‘맞춤형 주거 공급’이다.
공공임대라고 하면 무조건 저소득층 가구만 들어온다는 편견을 벗고 ‘행복한 커뮤니티’를 함께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임대주택 유형을 발굴해 온 덕분이다. 물론 핵심 수요 계층도 있다. 홀몸 어르신과 청년, 여성, 의료취약계층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창업 장려 분위기에 맞춰 저소득 1인 창조기업인에게 공급하는 도전숙은 새로운 주거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SH공사는 2012년부터 이같은 임대주택을 시작해 올해까지 4년간 369호를 공급했다.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설계로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학생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의 공릉 기숙사는 모듈러방식으로 43실 만들었고, 공릉여성전용기숙사도 14실, 정릉희망하우징 54실을 공급했다. 청년과 여성의 경우 무중력지대청년창업공간이나 1인 여성가구 맞춤형 천왕여성안심주택이 대표적이다. 정릉 도전숙 38실, 사당동 근로자주택 30실, 2018년 준공될 신내 장기전세주택 209가구 등이 있다. 협동조합형으로는 창신동청년협동조합 23실이 대표적이다. 협동조합형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지역주민이 건설단계부터 조합원 요구와 개성을 반영해 입주자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게 된다.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은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예술활동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예술인 협동조합이다.
맞춤형 주택은 ▷조합형 주택이 가양동(24호) 만리동(29호) 홍은동(32호) 화곡동(12호)이고, ▷자치구 맞춤형에 홀몸어르신(16호) 도전숙(38호)이, ▷특정공급주택에 천왕여성안심(96호) 신정동 신혼부부(92호) 사당동 근로자((30호)등으로 크게 세개로 나뉜다.
SH공사 측은 내년 한해에만 이같은 수요맞춤형 임대주택을 255호 공급할 계획이다.
주거취약계층인 65세 이상 홀몸어르신 주택(32호·금천구)과 창업가들을 위한 도전숙(83호·성북구, 성동구, 강동구), 신혼부부와 도전숙 혼합형(81호·성동구), 예술인주택(19호·성북구), 유공자 자녀들을 위한 독립유공주택(20호·서대문구), 만화예술인을 위한 둘리숙(10호)이 바로 그것이다.
SH공사는 ‘아파트 담장 속에 고립된 주거복지’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맞춤형 주거를 위한 전략을 다시 짰다. 임대 주택 공급만이 능사라는 사고방식을 벗어나고, 누구도 반기지 않는 임대주택 이미지를 벗어야 할 뿐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 구조에서 공동체로 공존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맞춤형 복지를 위해 입주민조직과 복지기관 자원봉사(NGO), 사회적 경제 민간기업, 국제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주거복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도서관, 사회복지관, 공동작업장, SH비전스쿨 등 시설을 갖추는가 하면 최근에 더욱 진화한 형태로 하면 아예 요구사항이 통하는 공동체를 겨냥한 주택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SH공사는 또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임대주택 커뮤니티와 시민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교육환경, 문화예술, 노인복지, 봉사활동, 여성행복 등 5개 분야에서 40여개의 사회공헌사업을 진행중이다.
특히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을 무료로 지원하는 SH아카데미가 인기를 모은다. 강남·강서·노원·관악구 140명 학생들에게 SH공사나 구청 직원, 대학생들이 영어, 수학, 논술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울러 임대 아파트 결손가정 초등생들과 공사 직원들이 멘토링을 맺는 ‘SH청년 멘토제도’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청소년 인문학 캠프를 열고 인문학 강의는 물론 문화재 탐방도 진행했다
SH공사 측은 “임대주택 주민들의 지역사회 애착심이 늘어나고 일자리 창출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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