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입주 위례신도시 가보니 ‘웃돈 7천만원~1억원’

“끝이 안 보이는 미로같네… .” 9일 경기 하남에 들어선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테’ 아파트 정문 앞에는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민 여성들과 신혼 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들뜬 표정으로 단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입주를 앞둔 단지와 상가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생각보다 한산한 분위기이지만 판교 못지 않은 ‘로또’로 통하던 곳이었던 만큼 주민들 사이에선 강남권 신도시의 새집에 살게 됐다는 기대가 물씬 풍겼다.
이삿짐센터 3곳에서 견적을 뽑은 뒤 그나마 덜 붐비는 월요일을 이사일로 골랐다는 주부 박정미씨(35)는 “입주 예정자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위례맘’들과 네 살 난 아들을 데리고 다음 주말 입학 설명회를 여는 송파구 유치원을 찾을 예정”이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입주가 본격화한 위례신도시 덕에 이사업체들도 신바람이다. 이삿짐을 가득 실은 트럭을 세우며 땀을 닦던 한 이사업체 직원 한 모씨(50)는 “연말 위례 입주 덕에 송파 일대 이사업체들도 바빠졌다”며 “운송 거리나 짐을 올려야 하는 아파트 층수별로 비용이 달리지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5톤 용량 포장이사의 경우 가격이 80만~130만원 선까지 업체별로 갈리기 때문에 에누리 흥정도 한창”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잠실역까지 10분, 잠실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고 복정역까지 13분 걸려서 2번 출구로 나오면 위례신도시다. 위례는 노무현 정부 시절 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지난 2006년 7월 21일 택지개발 예정 지구로 지정하면서 부동산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던 곳. 총 면적 678만㎡(총 4만5000가구) 규모 중 서울이 258만㎡(38%)이고 성남시가 278㎡(41%), 하남시가 142만㎡(21%)을 차지해 3개 행정구역에 걸쳐있다.
지난 2010년 LH의 보금자리주택이 첫 분양한 이후 최근 들어 기록이 쏟아졌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평균 청약 경쟁률을 보인 ‘위례자이’(139 대 1)의 기록은 올해 6월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161.33대 1)가 지난 2006년 이래 수도권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가볍게 넘겼다. 지난 달 29일 청약 마감한 ‘위례 보미리즌빌’(157대 1)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자랑했다.
곳곳에 공사 현장이 펼쳐진 가운데 아파트 단지 몇 개가 관문처럼 우뚝 섰다. 10월 이전까지는 보금자리주택 2개 단지(2949가구)와 송파 푸르지오파크(549가구) 정도가 입주했지만 엠코타운(하남· A3-7블록)을 위시해 연말까지 ‘위례 힐스테이트(성남· A2-12블록)’와 ‘래미안위례신도시(성남·A2-5블록)’ , ‘위례 아이파크 1차(서울 송파·C1-3블록)’, ‘위례 사랑으로 부영(성남A2-10)’등 총 5개 단지(총3781가구)가 줄줄이 입주한다.
집값도 적잖이 올랐다. 엠코타운플로리체의 경우 7000만~9000만원 가까이 시세가 올랐다. 전용면적 95㎡형의 경우 분양가는 6억2850만~6억380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들어서는 7억~7억2850만원 선에 거래되고 전세금은 4억7000만~4억8000만원 선이다. 다섯 개 단지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엠코타운 가까이에 있는 래미안위례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전용101㎡형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6억8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8억4000만원 선을 오간다”며 “브랜드 값도 있지만 서울·성남권역인 경우가 버스 노선이나 배차 계획이 하남에 비해 비교적 잘 돼 있어 웃돈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연내 전매 제한이 풀리는 ‘위례 자이’, ‘위례 중앙 푸르지오’, ‘위례 아트리버 푸르지오’ 등 3개 단지에도 웃돈이 수 천만원씩 붙어 거래된다. 인근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지난 달 16일 제한 해제된 ‘위례 자이’는 전용면적 121㎡형(테라스하우스)이 분양가(8억4230만원)에 2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은 11억 여원에 거래되고 전용 101㎡형에도 높게는 1억4000여 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청약 광풍에 이어 거래 열기도 뜨겁지만 새로 형성된 주거지인 만큼 넘어야 할 산도 없지 않다. 생활인프라와 대중교통, 학군 문제다. 복정역으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래미안위례 입주 예정자 최 모씨(31)는 “사방이 공사판이라 네비검색도 안 되고, 택시는 없어 복정역까지 가려면 버스가 구세주”라며 “이마트도 2017년 이후에나 문을 연다고 하고 아직 맛집은 커녕 편의점도 없어 허전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교통 수단으로 꼽히던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역)’과 ‘위례선(위례신도시 내부)’, ‘위례선 경전철’은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사업이다보니 자금 마련 등의 문제로 개통 시기가 불확실하다. 송파·성남·하남 등 행정구역에 따라 배정될 학교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주민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실장은 “청약 광풍에 더해 분양권 불법 전매를 담당하는 ‘떴다방’들이 극성을 부렸던 위례가 본격 입주 시기를 맞이한 만큼 이제는 분양가 차이나 브랜드 프리미엄보다는 교육·생활 인프라가 시세를 가름하는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