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시작되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을 대비해 투자자들은 선물시장에서 단기물을 매도하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에 착수했다.
지난주 말 발표된 미국 10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국내 증시와 채권 선물 시장에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지난주 코스피200 지수 선물은 8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매수세를 유지했으나 개인과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주 국채 3년물 선물 시장에서는 연중 최대 규모의 순매도가 나오면서 현물시장에서 국채값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이 매도한 국채선물만 3만7000계약이 넘어서 2014년 말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단기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은 대형주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들고 있던 대형주를 내던지면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곧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원 약세에 영향을 받는 대형 수출주 위주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했던 2004년 6월 30일 이후 1개월간은 글로벌 증시가 하락을 면치 못했지만 장기적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중국의 고성장세가 지속되며 브릭스(BRICs)가 약진하는 등 글로벌 성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며 "내수주 중에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제약·가정용품·보험·담배·은행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이 신흥국 성장세 둔화 지속으로 3.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가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한층 높아진 금리 인상 가능성과 경기 둔화세가 지속 중인 신흥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신흥국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리 인상기에 전통적인 수혜주는 금융업종이다. 금리가 높아져야 이익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올 때마다 국내 증시에서 보험업종 주가가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일 코스피 지수는 0.75% 하락 했지만 보험업종 주가는 모처럼 웃었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업종은 전일 대비 2% 이상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2.37포인트(3.22%) 하락한 671.84에 장을 마쳤다. 최근 2개월 사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연말까지 지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유리한 금융업종과 함께 환율수혜·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T 대형주 분야도 투자할 만하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