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강제합병설이 제기되는 등 정부의 개입설이 나돌자 정부가 분명한 선긋기에 나섰다. 정부는 산업정책적 판단에 기초한 구조조정의 큰 틀만 제시할 뿐 개별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과 기업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10일 오전 긴급브리핑을 열고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범정부협의체에서는 산업별 주무부서의 산업정책적 판단 등을 통해 구조조정의 큰 방향만을 제시하고 있다"며 "개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채권단과 기업의 자율적인 협의 아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은 엄정평가와 자구노력, 신속집행"이라며 "은행의 엄정한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토대로 기업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경영정상화 모색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같은 선긋기가 오히려 정부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로키(low-key·노출을 줄인, 어둡고 침착한 사진인화방식)'로 가야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최근 구조조정 이슈에 불이 붙으면서 적시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된 게 사실"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처장이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을 둘러싼 각종 보도를 두고 "대안 선택에 불가피한 제한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구조조정 대상 부실업종이 주로 수출기업인 조선, 건설, 해운이라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나 고객사 등 시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정부의 이번 선긋기의 배경이다.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또다른 일환으로 정부는 조선사와 건설사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 과정에서 수익성 평가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외건설·조선업 부실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부실사업으로 인한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며 "부실방지를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은, 산은, 무보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건설•조선업체가 수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금융을 지원할 때 전문기관을 통한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내 업체끼리 과당 경쟁하면서 이뤄지는 무분별한 저가 수주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승진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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