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쏟아진 해외주식형 펀드가 저조한 성과로 자금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1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설정된 해외주식형펀드(대표펀드 기준, ETF 제외) 수는 모두 112개에 달한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국내에서 신규 출시된 해외주식형펀드가 30여개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 성장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펀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2011년 일본 증시가 반토막나면서 지난 4년간 해외주식형펀드 시장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
하지만 펀드수만 급증했을 뿐 내실은 엉망이라는 게 문제다. 신규 해외주식형 펀드의 설정 이후 평균수익률은 -3.82%에 머무르고 있다.
신규 해외펀드들의 수익률 부진은 시장 흐름에만 맞춰 상품을 쏟아낸 자산운용사들의 책임이 크다. 과열 시장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있음에도 자금만 몰리면 앞다퉈 관련 펀드를 출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12개 신규펀드 중 글로벌 증시 호황이던 2분기에 절반 가량(54개)이 출시됐으며 이중 3분의 1이 고점이던 중국펀드에 집중했다. 반면 상해증시 폭락이 시작된 6월말 이후 현재까지 출시된 중국펀드는 한 개도 없다.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원자재값 하락으로 신흥국 경기가 악화되자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펀드 출시에 몰빵했다. 지난 7~8월간 새로 설정된 19개 해외주식형 펀드 중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15개에 달한다. 최근 (10월~현재)에는 글로벌 증시 회복세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자 아예 펀드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고점에서 펀드를 무분별하게 출시하고 하락하면 자취를 감추는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일본 니케이지수가 1만7000선을 유지하던 지난 2007년 상반기에만 25개 일본펀드를 쏟아냈던 운용사들은 지수가 60% 가량 급락한 이듬해 5개 일본펀드만 신규설정했으며, 2007년 상해지수 급등락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운용사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펀드들이 ‘자투리(설정 1년 이상,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출시 시기를 감안해 상반기 출시펀드로만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특성상 출시 6개월 내에 두드러진 성과로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하면 이후에는 웬만큼 수익률이 반등해도 마케팅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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