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유지돼온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중국의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결전'에서 미국의 거듭되는 공세를 꺾었던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IMF는 13일(현지시간) 위안화의 SDR 편입이 적절하다는 내용의 실무 보고서를 발표하며 조만간 열릴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실무진의 판단을 지지한다"며 "이 문제를 다룰 집행이사회를 오는 30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안화의 SDR 편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이 전방위적인 '물량공세'로 IMF 주요 회원국들로부터 지지 의사를 확보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주도했던 반(反) AIIB 결전에서 서방국 가운데 중국의 손을 가장 먼저 들어준 영국은 지난달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중국에 힘을 보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최근 잇달아 베이징을 방문해 위안화의 SDR 편입, 'IMF 개혁' 등에 찬성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도 지난 6일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지지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들이 위안화 국제화에 공개지지를 선언한 셈이다.
설령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미국(16.75%)과 일본(6.23%)이 이에 반대한다고 해도 위안화의 SDR 편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려면 회원국 7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가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되는 국제보유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는 뜻으로,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위안화 표시 자산을 확대하고 그동안 달러화를 사용해온 아시아 국가들도 위안화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국제기축통화로 위상이 높아지게 돼 많은 투자자들이 위안화 자산을 편입할 것"이라며 "전 세계 정부가 외환보유고 중 위안화 자산을 매년 1%씩 늘릴 경우 향후 5년간 6000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은 2010년까지만 해도 0% 대로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 8월 현재 2.79%까지 상승해 국제시장에서 엔화(2.76%)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 파운드에 이은 제4위의 결제통화로 올라섰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위상 확보는 결국 달러 중심의 기존 경제질서를 고수하려는 미국과 다극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중국 간의 경제패권 경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 등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은행인 AIIB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미국이 좌지우지해온 국제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IB는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위안화의 SDR 편입이 확정되면 글로벌 화폐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다른 한편으로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거래비용이나 환리스크가 감소하고 자금조달이 용이해져 하강 국면에 있는 중국경제에도 '가뭄 속 단비' 같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의 환율정책이 변화할지도 관심거리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 과정의 하나로 지난 8월 위안화 환율의 고시환율 결정방식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위안화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IMF에 외환보유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부소장을 겸임하는 바수쑹(巴曙松) 중국은행업협회 수석 경제학자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포럼에서 중국이 위안화의
이는 중국당국의 위안화에 대한 환율 정책이 더욱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동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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