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주거래 계좌를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권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거래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상당한데다 해외에서도 계좌이동제가 시행된 이후 은행 간의 뚜렷한 실적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계좌이동제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어했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넘는 51.2%에 달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국내 개인고객시장의 경우 은행간 차별화 정도가 낮아 계좌 이동 건수가 예상보다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9년 일찌감치 계좌이동제를 도입하고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해 2013년 제도를 개편했다. 당시 적극적으로 계좌이동제에 대응했던 중소형 은행은 주거래 고객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계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뒷짐 지고 지켜봤던 일부 대형 은행들은 대부분 고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의 계좌이동제가 활성화 된 이후 2013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국 내 계좌이동이 발생한 횟수를 조사한 결과 175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금융 회사 가운데는 바클레이즈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4만 계좌가 유입됐지만, 12만 계좌가 빠져나가 8만 명 이상의 고객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즈도 5만 계좌, 낫웨스트(Natwest)는 7만 계좌가 각각 순유출됐으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HSBC도 4만8000계좌가 유출됐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바클레이즈는 올해 4월부터 캐시백 형태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반면에 중소형 은행인 산탄데르, 로이드은행그룹의 자회사인 핼리팩스 등은 계좌이동제에 적극 대응해 수혜를 입었다. 휴대폰, 가스비 등 특정 자동이체 내용에 캐시백을 제공하거나 계좌이동 시 일시금을 제공하는 등 주거래 고객 사수 전략을 치밀하게 짰고 지난해 계좌이동제 실적으로 각각 17만551계좌, 15만6639계좌를 순유입했다.
호주의 경우 지난 2008년 고객이 직접 처리하는 방식의 계좌이동제를 도입했으나 소비자 불편으로 외면을 당했다. 이에 호주 금융당국은 2012년 7월부터 호주지급결제협회(APCA)가 운영하는 공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신계좌이동제를 도입했다.
시스템을 수정한 후 계좌이동 기간 단축, 신규 계좌개설 시 은행의 책임 강화 등이 반영되면서 이용고객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주거래계좌 변경 비율은 2012년 5.4%(85만5000명)에서 2013년 6.6%(110만명)로 늘어났다. 온라인을 통한 계좌개설 비중도 같은 기간 15.6%에서 20.0%
[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