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관에 빠진 투자자들이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펀드에서도 돈을 빼고 있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배당주식형 펀드의 ‘대부’격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서 지난 한 달 사이(13일 기준) 무려 100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에서도 297억원이, 신영프라임배당증권펀드에서는 189억원이 이탈했다.
전통적으로 10월과 11월은 연말 배당을 노린 투자자들이 배당주펀드에 돈을 넣는 시기지만 올해는 오히려 뭉칫돈이 빠진 것이다. 10월 한 달 동안 배당주펀드(국내 주식형)에서는 총 1483억원이 유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10억원, 지난해 11월 2153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대형 악재를 앞두고 상승 모멘텀을 잃은데다 코스피가 당분간 2050선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코스피는 지난 10월 7일(종가 기준) 2000선을 다시 회복한 이후 지난 4일 2052.77까지 올랐다. 각 증권사들이 연말까지 지수 상단으로 예상됐던 2050선까지 돌파했다. 그러나 그 이후 주가가 무너지며 다시 2000선이 붕괴되자 펀드에서도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와중에 배당주펀드도 이 흐름을 피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배당주펀드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주가가 더 빠지기 전에 펀드를 팔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이탈 규모가 가장 컸던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지난 6개월 간 수익률이 플러스를 유지했기 때문에 앞으로 지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환매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주현숙 신영자산운용 마케팅부장은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대형주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하반기 이후 대형주 주가가 오를 때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다”면서 “특히 법인용 사모펀드를 따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이 펀드에 자금을 투자했던 기관들까지 연말을 앞두고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은 지난 2003년 설정 이후 현재 운용 규모만 2조8683억원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서 커졌다. 포트폴리오에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최근 한달 사이 10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들어온 펀드는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154억원)과 KB액티브배당(126억원) 등 2개에 불과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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