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생 이끌어낸 함영주 은행장(왼쪽)과 김근용 외환노조위원장.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노사는 이날 협약식을 갖고 외환노조 조합원 약 6900명의 올해 임금 상승몫 2.4%를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액수로는 132억원이다. 이 가운데 2%는 원래 연말에 은행이 직원 약 6900명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이번 합의로 이 같은 인건비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임금 인상분 전액을 반납하기로 한 것은 올 들어 은행권 첫 사례여서 의미가 깊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움직임과 맞물려 시중은행의 성과주의 도입 신호탄이란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하나은행 노조를 대상으로 임금반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여부는 제 숙제"라고 밝혔다. 나머지 0.4%는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에 사용된다. 금융노조와 은행권 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서 은행권 임금 인상폭을 2.4%로 정하고 이 중 0.4%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로 한 약속에 따른 후속 조치다.
임금 상승몫 반납은 올해 KEB하나은행이 통합과 관련해 2825억원을 들이는 등 통합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은행은 직원에게 통상임금 대비 200%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올해에만 1393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외환은행 노조원의 경우 작년 임금 인상분 2%도 지난 8월 받은 바 있다.
KEB하나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취임한 지 갓 두 달이 넘은 함영주 행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함 행장은 비서실장에 전임 노조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노조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외환 노조도 고통 분담과 상생이라는 취지에 깊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임금 상승분 반납을 노사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 당시 2%에 대해서는 사업장 노사가 논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시중은행도 임단협에서 임금 상승몫 처리 방향을 결정하지만 반납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큰 틀에서 논의해 볼 수는 있지만 노조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