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2878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73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들만 3234억원을 순매수했다. 사실상 개미들이 기관 매도 물량을 거의 그대로 받아간 셈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1거래일 동안 기관 매도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2개는 엔터테인먼트 게임 바이오 업종이었다. CJ E&M(-633억원) 에스엠(-159억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156억원) 등 기관 매도 상위 3개 종목이 모두 엔터주였다.
파티게임즈(-75억원)와 위메이드(-66억원) 등 게임주가 2개, 파마리서치프로덕트(-147억원) 인바디(-140억원) 바텍(-125억원) 메디포스트(-85억원) 메디톡스(-79억원) 펩트론(-73억원) 크리스탈(-73억원) 등 바이오주가 7개였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최근 주가가 실적이나 자산 가치에 비해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의뢰해 최근 11거래일 기관 코스닥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주가 수준을 분석해 보니 12개월 예상실적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0.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9배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 평균 PER가 15.6배, 평균 PBR가 2배인 점을 감안하면 본질가치 대비 주가가 시장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엔터주 PER는 CJ E&M이 30.5배에 달했고 에스엠 23.2배, 와이지엔터는 22.6배로 비교적 높았다 . 와이지엔터의 경우 PBR가 3.1배에 달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최근 한 달 새 와이지엔터 주식을 25만주 이상 팔아치웠다. 지난달 7일 기준 이 운용사의 와이지엔터 보유 지분은 97만7462주(6.49%)였으나 이달 6일엔 72만2933주(4.80%)로 1.69%포인트 지분율이 낮아졌다.
바이오 업종에서도 파마리서치프로덕트(30.0배) 인바디(30.4배) 메디톡스(48.7배) 크리스탈(182.6배) 등 종목의 PER가 30배를 넘었다. 메디톡스의 경우 PER가 아닌 PBR가 15.8배에 달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디톡스에 대해 "안정성과 성장성이 모두 좋다"고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메디톡스의 성장성에 대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가격 부담에 순매도에 나선 셈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고서만 믿고 투자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 업종에서 파티게임즈는 예상 실적 컨센서스가 존재하지 않아 12개월 예상 PER는 나오지 않지만 2014년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한 PER는 무려 108배(LIG투자증권 분석)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로 증시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코스닥시장에서 실적이나 자산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
3~4년 전 투신권에서 엔터주 투자를 주도했던 최웅필 KB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현재 PER 30배에 육박하는 주요 엔터 종목들의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성장성이 높다는 전망만 믿고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