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6개월여만에 칼을 빼들었다. 계열사 대표이사(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를 펼치겠다고 강조하면서 연말 임직원 인사에서 대폭 물갈이를 예고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6일 김 회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 김용복 농협생명 대표 등 계열사 CEO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경영관리협의회’를 열고 올해 연말 인사 방침과 내년도 경영계획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다가오는 연말 인사에서 취임 후 계속 강조해온 능력·성과 중심의 인사를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학연과 지연을 철저히 타파하고, 특히 인사청탁 행위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성과 중심의 인사와 조직문화를 농협금융에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날 발언은 김주하 농협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의 연말 임기 만료에 따른 조직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김 행장 이외에 최상록 수석부행장과 이종훈·김광훈·신승진 부행장의 임기가 연말에 종료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 임기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벌써 새 은행장 후보자에게 줄을 서는 등의 부적절한 행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김 회장의 발언은 직원들이 인사철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올해 영업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발언에는 취임 6개월을 맞아 조직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자신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는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김주하 현 농협은행장의 연임보다는 신임 은행장의 취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영업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 등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리면서 농협은행장 최초로 연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현재 김 행장 이외에 행장 후보군으로는 이경섭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최상록 농협은행 수석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이중 이 부사장이 지주에 근무하면서 김 회장과 직접 손발을 맞췄다는 점에서 좀 더 유력한 후보라는 안팎의 평가다. 김주하 행장도 지난 2013년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지주 부사장에서 은행장이 된 케이스다.
농협지주 계열사 대표 중에는 내년 1월말 김학현 NH농협손보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임원뿐 아니라 직원 인사에서도 철저하게 성과 위주의 인사가 실시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연말 인사부터 승진 대상자 평가 항목 중 하나인 개인근무 성과평가의 객관적인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사평가제도 개선은 올해 지주에만 먼저 시범 적용된 뒤 각 계열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인사 이동은 물론 리스크관리·해외진출 강화 등 농협금융의 체질 개선을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날 김 회장은 그간 농협금융의 취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여신심사 기능을 강화해 향후 2년동안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도록 주문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나서 수익원을 개발해 나갈 뜻도 천명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과 사모펀드 등 시장 진출에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용환 회장이) 지주 회장으로서 이번 연말 인사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번 연말 인사는 다음 인사의 본보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철저히 영업성적에 기반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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