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란 회사 외형(매출)은 줄었는데 수익(영업이익·순이익)이 늘어난 것을 말한다. 그만큼 업황이 부진한데도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억지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88개 중 90개를 제외한 498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08조155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0.44%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26조1543억원)과 순이익(5조897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와 42.2% 급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분기 6.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포인트 높아졌다. 1000원어치를 팔아 영업이익 64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불황형 흑자는 지난 1분기부터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감소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소속 상장기업 매출액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78%나 감소했으나 2분기 -4.43%, 3분기 -0.44%를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3분기 들어 급격하게 호전된 것은 환율 영향과 원자재값 하락, 비용 절감 노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3분기 평균환율은 달러당 1169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1026원) 대비 140원 이상 원화 약세를 기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원재료 가격 하락 등 비용 감소 효과가 워낙 크게 발생하다 보니 영업이익률은 조금 개선된 것 같다"며 "환율 효과로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이 수혜를 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동 본사 매각 등으로 현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한국전력 등이 호실적을 내면서 전기가스업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9% 급증했다. 화학(146.3%) 통신(72.3%) 의료정밀(71.3%) 섬유의복(64.5%) 등도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반면 현대상선 등 주요 해운사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등 운수창고업은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닥 소속 상장사들도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709개 중 분석이 가능한 635개의 3분기 매출액은 31조50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3.2% 늘었고, 순이익은 8.96% 증가했다. 중견기업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고 정보기술(IT) 업종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3분기 최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업종별로 편차가 커지고 있어 전체적인 흐름뿐 아니라 기업별 실적 흐름을 따로 챙겨봐야 할 것"이라며 "숲보다는 나무를 봐야 하는 시즌"이라고 조언했다.
[한예경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