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가 회사채 2500억원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2300억원어치 투자 주문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500억원의 투자주문은 SK하이닉스가 제시한 발행금리보다 높은 금리조건으로 들어왔다. 200억원은 미매각돼 일반 투자자에게 팔거나 주간 증권사(KB·한국투자)가 떠안아야 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SK하이닉스처럼 신용등급이 높고 실적도 양호한 기업이 수요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실적은 좋지만 투자자들은 향후 반도체 경기나 D램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 하락 리스크가 있다고 본 것 같다"며 "작은 위험도 기피하는 것이 현재 시장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전날 GS그룹 민자발전사인 GS EPS가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도 1000억원 발행 예정에 800억원의 투자 주문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 BNK캐피탈 사태로 얼어붙기 시작한 회사채 투자 심리는 이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삼성엔지니어링 어닝 쇼크 등 악재가 이어지며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데다 연말을 앞둔 기관투자가들이 더 이상 자금을 풀지 않고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들어갔다는 점도 시장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회사채 발행을 위해 민평 대비 7bp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가산금리만으로 연 1억7500만원의 이자비용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국고채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용스프레드가 뛰면서 국내 기업들이 저금리에 자금을 여유 있게 빌릴 수 있던 시기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국고채 금리 대비 회사채 가산금리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는 올 하반기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