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돈줄 조이기’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곳은 최근 과열조짐을 보인 지방 부동산 시장이다.
부산과 대구 등 지방 대도시 부동산 시장은 최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몰려들어 신규 분양시장부터 기존 주택 매매시장까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내년 이후 지방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체 거래량 가운데 분양권 전매 비중이 30%에 달할 만큼 투기성 수요가 밀집된 곳이 바로 부산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대출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대출을 끼고 주택 매입에 나서는 지방 투자자들 움직임이 뚝 끊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대출을 최대로 받아 이자만 내고 주택 여러채를 사들이는 투자 행태는 앞으로 쉽게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는 “투자자들은 대출규제에 실수요보다 더 민감하다”며 “LTV 비중을 맞추기 위해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매매시장도 단기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도 안심하긴 이르다. 외곽 신도시나 아직 사업진행이 더딘 재건축 단지도 매매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서울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권 신도시나 재건축 연한은 됐지만 겨우 추진위를 구성하는 등 초기단계인 아파트는 좀처럼 수요자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주여건이 좋지 않아 전세가율이 50%가 안 되는 곳이 많다보니 자기자본 부담이 거의 없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전셋집을 사들이는 이른바 ‘무피투자’도 어려워진 가운데 주택을 매입하려면 최소 집값 절반 이상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당장 내년부터는 원리금 상환 규제 탓에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란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잇따른 규제 움직임에 투자 심리가 불안해지면서 대구 등 유력 지역에서도 주택 손바뀜이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라며 “정부 부동산 정책이 부양에서 관리로 접어들었다는 조짐이 분명해진 만큼 예전보다 시장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 지방 분양시장은 단순한 활기를 넘어 과열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청약경쟁률 고공행진 현상이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부산과 울산 등에서는 분양만 했다하면 평균 100대1을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1순위 접수에 들어간 울산 ‘대현더샵’ 1,2단지는 총 950가구 모집에 11만534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만 121.41대 1(1단지 254대1, 2단지 80대1)을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114가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2년 이래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은 상위 10단지가 모두 올해 분양한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지역과 대구에서 나왔다. 올해 최고인 622대1을 기록한 대구 힐스테이트 황금동에 이어 경남 창원 용지더샵레이크파크(422.45), 부산 광안더샵(379.07)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다른 지방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은데다 최근 재건축 단지 등 개발 호재들이 맞물리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열풍이 상대적으로 뜨거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들어 무려 14.58%나 뛰었는데, 이는 전국(5.34%)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부산(6.87%)과 광주(7.29%), 울산(6.88%) 등 청약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매년 치솟는 새 아파트 분양가격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부산과 대구에서 기존 아파트 거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와 11%씩 증가했다.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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