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혼조를 보이면서 자산 900조원을 굴리는 보험사들의 운용 실적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모주와 가치주 투자를 늘린 메리츠화재가 지난 3분기 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삼성 계열사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대 중반의 저조한 수익률에 머물렀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생명보험사 4곳과 손해보험사 8곳의 3분기 누적 운용자산수익률은 보험사별로 최대 1.5%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작년 말까지만해도 운용자산 수익률은 3%대 후반~4%대 후반으로 보험사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운용성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확산되며 국내외 증시가 혼조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대출 유가증권 예금 부동산 등 보험사 운용자산 가운데 유가증권, 특히 주식에서 수익률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저금리로 인해 채권과 대출, 예금 수익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주식에서 성과를 낸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공모주와 가치주 투자를 확대한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주식 수익률만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증가한 26.53%를 기록했다. 하이일드펀드와 메리츠코리아펀드 같은 주식형·혼합형 펀드에 투자해 올해 1월~9월까지 971억원의 투자 수익을 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이 BBB등급 이하의 회사채에 투자하면서 금액의 10%를 공모주를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는 펀드였는데 청약 받은 공모주에서 이익이 많이 났다”며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메리츠코리아펀드에도 자금을 맡겨 28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반면 삼성 계열사 주식에 대거 투자했던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운용자산수익률은 3%대 중반에 머물렀다. 삼성생명의 주식 운용 수익률은 전년 말 4.09%에서 올해 3분기 2.46%로 감소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물산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5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그같은 주식 매각이익이 없었다. 주식의 운용수익률을 계산할 때 자산의 시가는 분모에 반영되지만, 분자에는 배당과 매각익만 포함되는데 올 하반기 주가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각과 배당 평가손익이 커지면서 운용수익률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주식은 삼성전자 7.2%를 포함해 대부분 계열사 지분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 외에 매각 이슈가 없었던 지난해가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주식처분 손실분 990억원이 반영되면서 운용자산수익률이 내려갔다.
김진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 같은 일회성 요인이 투자수익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내
김진상 연구원은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수익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내년부터 금리 하락 압력이 줄어들면 채권 매각을 통한 투자수익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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