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웅제약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오너일가의 형제들이 ‘형들’의 지분 매도로 셋째 윤재승 대웅 회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전 대웅제약 부회장은 이달 들어서만 아홉 차례에 걸쳐 지주회사인 대웅 주식을 팔아치웠다. 매각 대금만 3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윤재훈 전 부회장이 대웅 지분을 매도한 건 대웅제약 경영에서 손을 뗐던 2012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당시 윤재훈 전 부회장은 동생인 윤재승 회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주며 후계 경쟁에서 밀려났다. 보유 지분은 2012년 9.70%에서 9.32%로 줄었다.
창업주의 장남인 윤재용 대웅생명과학 사장도 올해 5월 보유하고 있던 대웅 주식 7만주를 대웅제약 관계사인 디엔컴퍼니와 엠서클에 각각 3만5000주씩 넘겼다. 지분율도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로써 대웅제약 주식 40.74%를 갖고 있는 지주회사 대웅의 지분율은 장남 윤재용 사장(10.51%→6.97%), 차남 윤재훈 전 부회장(9.70%→9.32%), 삼남 윤재승 회장(11.61%)으로 변경됐다. 이들 형제의 지분 변동은 2012년 이후 3년 여만이다.
또 당장 눈에 보이는 대웅 지분 외에도 장남이 지분을 넘긴 계열사와 대웅재단 등을 살펴보면 윤재승 회장의 영향력은 숫자 이상이다.
장남에게 대웅 주식을 넘겨받은 디엔컴퍼니와 엠서클은 사실상 윤재승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회사다. 디엔컴퍼니의 최대주주는 35%의 지분을 보유한 윤재승 회장이고, 엠서클의 최대주주는 디엔컴퍼니이기 때문이다. 즉, 장남의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다수를 삼남인 윤재승 회장이 장악하게 된 셈이다.
대웅(9.97%)과 대웅제약(8.61%) 양쪽에서 각각 2대 주주인 대웅재단의 지분 역시 윤재승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해석된다. 창업주 자녀 중 윤재승 회장만이 유일하게 상임이사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모두 의결권이 있는 만큼 만약에 상황에서 윤 회장을 지원하는 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윤재승 회장의 유력한 경쟁자였던 형인 윤재훈 전 부회장의 지분 정리가 시작된 만큼 추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장
대웅제약 측 관계자는 “윤재훈 전 부회장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최근 지분 매도는 개인적인 일이라 회사에서도 명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