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24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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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 3분기 '어닝쇼크'로 인해 올 4분기 800억원대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진한 경영실적이 10월 중순 이후 공개돼 삼성SDI의 3분기 재무제표에 관련 손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24일 금융감독원 및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33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746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로 지분 13.1%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SDI의 3분기 재무제표에는 해당 지분의 가치가 1597억원으로 반영돼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해당 지분의 장부가격(1655억원)과 비교하면 지분가치 감소액은 겨우 57억 원 수준에 그친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발표가 3분기 마감이 훌쩍 지난 10월 중순 이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내부 결산 절차를 마친 후 10월 22일 3분기 경영실적 잠정치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해 그 가치를 장부에 반영하는데 장부에 반영되는 가치는 결산 기준일의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삼성SDI와 삼성물산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의 장부가는 지난 9월 30일 주가인 3만500원을 기준으로 계산된 가치다. 이를 지난 6월 말 기준 주가인 3만1600원과 비교해 3.5% 가량 낮아진 몸값을 장부에 반영하고 각각 57억원을 손실로 인식한 것이다.
이달 23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1만6150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됐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가치는 800억원을 약간 웃돈다. 4분기 재문제표를 작성할 때 9월말 장부가 대비 8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확한 지분가치는 올해 장 종료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나 삼성엔지니어링의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이 추진하고 있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삼성SDI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2015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내년 3월까지 상장폐지 기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이번 유상증자는 실권주가 발생하면 거래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인수하기 때문에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소액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향후 주가 전망이 밝지 않고 추가 부실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결국 구주주 청약에서 대규모 미달이 날 경우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계열사의 추가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SDI가 삼성엔지니어링의 1대주주(13.1%)이기 때문에 그 부담은 더 클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