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창촌에서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하는 청량리4구역 일대. [김태성 기자] |
50년 넘게 청량리에 살아 이 지역 '터줏대감'으로 유명한 김인식 씨(65)는 "성매매 집결지로만 알려졌던 청량리가 재개발 덕에 강북을 대표하는 교통과 상업 중심지였던 예전 모습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 재개발사업 핵심 지역으로 손꼽히는 청량리4구역이 26일 서울시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받으면서 국내 대표 집창촌에서 주상복합타운으로 '상전벽해'하게 됐다.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무려 11년 만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 '9분 능선'인 관리처분까지 마친 만큼 이 지역 토지주 120여 명으로 구성된 4구역 추진위원회와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내년 초 이주·철거를 시작해 이르면 6월께 착공에 나선다는 목표다.
↑ 롯데건설 주상복합단지 조감도. |
랜드마크타워 지하 1층~지상 5층에는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대형 쇼핑시설이 입점한다. 롯데백화점이나 제2롯데월드처럼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는 쇼핑몰 중 하나가 들어설 예정이다. 랜드마크타워가 문을 열면 청량리역 일대는 잠실과 비슷한 '롯데 쇼핑타운'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1994년 개장해 현재 영패션 전문관으로 운영되는 롯데플라자, 2010년 청량리 신역사에 둥지를 튼 롯데백화점·롯데마트 청량리점과 함께 거대 쇼핑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재개발 덕택에 이제는 청량리가 집창촌 이미지를 벗고 강북 지역을 대표하는 부도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차 있다. 임병억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추진위원장은 "청량리역 일대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매출 1위를 찍는 패션 로드숍이 수두룩할 만큼 서울 강북에서 손꼽혔던 명당"며 "강북 최고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구역 지정 후 10년간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당초 집창촌과 붙어 있는 성바오로병원과 상가 밀집지인 왕산로 일대도 함께 개발하기로 하고 건축심의까지 받았지만 막판에 병원과 상가 소유주들이 보상 문제 등을 이유로 개발을 반대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12년 두 지역을 빼고 개발하기로 정비계획이 수정돼 2년 후인 지난해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아직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국내 최대 집창촌=청량리'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청량리588' 어원이 된 전농동 588 일대 윤락업소 70여 곳은 이미 2008년 추진위 설득으로 모두 문을 닫았다. 한때 200여 곳에 달했던 이 지역 성매매 업소는 현재 100곳 남짓으로 줄었고 지금도 내년 초 본격적인 철거에 앞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한 주민은 "한창 잘나갈 때는 업소 1곳당 월매출 5000만원을 올렸고 점포 권리금도 2억원에 달했다"며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강남 일대에서 음성적인 윤락업이 성행하자 청량리를 떠나는 업주가
청량리4구역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인근 지역 재개발도 함께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청량리역 인근 동부청과시장 정비사업과 시행자 파산으로 사업이 멈춘 청량리3구역 재개발도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