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심사기간 내에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본회의에 원안이 자동으로 부의된다. 이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가 의결해야 하는 시한은 11월 30일까지로 주어진 시간은 사흘에 불과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7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률안을 지정해 3개 소관 상임위원회에 각각 통보했다. 부수법안 15건 가운데 12건은 세법 개정안으로, 상임위별로는 기획재정위원회 13건, 법제사법위원회 1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1건 등이다.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정 의장은 국회법 85조의 3에 따라 11월 30일까지 부수법안 심사가 마무리돼야 하니 각 상임위원회는 이날까지 심사의결을 마쳐 주길 당부했다"고 말했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사학연금법이다. 아직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여야 간 의견차가 큰 상태다. 사학연금법은 공무원연금 개정에 맞춰 교사 등의 현행 7% 연금 부담률을 점차적으로 9%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부담률을 올리면 국가와 법인 부담률도 미리 못 박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법 개정 후 정부 시행령으로 정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논란이 됐던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소득을 사례금에서 종교소득으로 법률에 명시하고, 소득구간별로 공제율을 20~80%로 차등 적용하는 안을 담은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되면서 종교인 소득 과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한층 더 커졌다.
가장 논란이 되는 ISA 과세특례와 관련해 야당은 '부자를 위한 혜택'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여당은 정부가 제시한 비과세 한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ISA는 한 통장으로 예·적금, 펀드 등 상품에 가입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벌어들인 이자나 배당수익에 대해서는 200만원까지 비과세해주는 제도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오전 당정회의에서 ISA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업무용차량 과세에 대해서도 여야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업무용 차량에 대해 매년 1000만원까지 기본 경비처리를 인정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의원들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지정된 조세특례법에는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일명 원샷법)에 따른 사업재편계획 과세특례'도 포함됐다. 정상기업의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정부가 부실기업과 같은 수준의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사업재편계획 과세특례가 국회 문턱을 넘으면 기업의 '전략적 구조조정'까지 국가가 지원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세제 혜택 대상과 사업재편계획 승인 여부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도록 해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이 특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 중인 일명 원샷법 제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당은 원샷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조특법만으로 과세특례가 가능하다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원샷법과 연계돼야 가장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법안 구조상 꼭 같이 통과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통과가 시급하니 원샷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결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