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에 있는 황소상 옆에서 올해 돌풍을 일으켰던 5명의 용과장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식 대신자산운용 과장, 이현진 미래에셋운용 본부장, 홍정모 NH-CA운용 차장, 이현진 마이다스운용 과장, 고정훈 현대인베스트먼트 차장. <김호영 기자> |
2015년 증시는 소위 ‘용과장’이라 불리는 젊은 펀드매니저들이 휘어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勇)과장’은 30대 중후반의 용감한 과장급 펀드매니저를 , ‘소(小)부장’은 소심한 40~50대 부장급 매니저를 일컫는 증시 은어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1년새 주가가 4~5배 이상 급등한 바이오·화장품 등 스타주식도 된다싶으면 용감하게 사들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중소형주펀드나 헬스케어펀드가 바로 이들의 전공분야다.
그동안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에 주로 투자해온 소부장들은 변방 정도로 여겨왔던 틈새시장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총 7조원짜리 메가톤급 로열티 계약에 힘입어 주가가 8배나 뛰는 대박을 내자 판도가 확 바뀌었다. 펀드 수익률 부진에 용과장에 밀려 옷을 벗는 소부장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원외고 등 외고 출신들이 유난히 많은 용과장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주가순이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만 따져서는 한미약품 같은 스타 종목을 절대 발굴해낼 수 없어요. 기업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까지 따져봐야 제대로 평가할수 있다고 봅니다.”(이현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
“젊은 펀드매니저들이 성장주를 발굴하는 데 훨씬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개별 회사의 최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김명식 대신자산운용 과장)
올해 상반기 용감한 투자로 코스피 시장을 화끈하게 달궜던 일명 ‘용과장’들이 병신년 새해를 앞두고 다시 한번 기세를 떨칠 준비를 하고 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처럼 ‘이미 유명해진’ 대형주보다 바이오 화장품 등 ‘될성 부른’ 중소형주를 쓸어담아 증시를 뜨겁게 달군 주역이 바로 이들이다.
매일경제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에서 요즘 잘나가는 용과장 5명을 만나 그들이 가진 생각들을 들어봤다. 이하윤 마이다스자산운용 과장(36) 고정훈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차장(40) 이현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39) 홍정모 NH-CA자산운용 차장(37) 김명식 대신자산운용 과장(36)이 그 주인공이다. 대부분 30대 중후반으로 자산운용을 시작한지는 10년이 채 안됐지만 이들의 목소리에는 여느 베테랑 펀드 매니저들 못지 않은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올들어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은 20%가 훌쩍 넘는다.
선배들과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란 이들은 구세대 매니저(소부장)가 고수하는 전통적인 투자 기법과 선을 긋고 있다. 이하윤 마이다스자산운용 과장은 “초고속 경제성장을 경험한 선배 세대들은 자본이 투입되면 바로 생산성이 증가하는 경제학에 꽂혀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에 익숙한 우리 세대들은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고정훈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차장은 “차화정의 비상을 경험한 선배 매니저들은 차화정이 떨어지면 올라올 거라고 확신하지만, 화장품은 무조건 비싸다고만 생각한다”며 “선입견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과장은 “선입견을 버리려고 노력한다”며 “그래야 실시간 바뀌는 트렌드를 읽고 뜰만한 새로운 종목을 발굴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도 “굴뚝주, 중후장대로 분류되는 대형 수출주들은 지금 같은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서 향후에도 이익이 늘어나기 쉽지 않다”며 “미래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신성장산업이계속해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 인상 같은 굵직한 해외 이벤트가 많았던데다 가격변동제한폭이 30%로 확대되면서 변동성이 큰 장이었다. 홍정모 NH-CA자산운용 차장(37)은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시간싸움에 부딪혔다”며 “이전에 이틀 정도 대응할 시간이 있었다면 올해는 두시간 안에 발빠르게 움직여야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 하락에 시름에 잠겼다.
하지만 이같은 장은 용과장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신성장동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하윤 과장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도 불구하고 중후장대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글로벌하게 성장주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며 “제약, 바이오 같은 신성장산업들의 주가 상승이 이익 상승을 초월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용과장에게는 신성장 산업을 내다보고, 그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낼 수 있었던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일까. 중소형주들이 보유한 기술 같은 무형자산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용과장이 눈에 띄는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 정신’ 덕분이다. 소부장이 “잘 아는 분야가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다”며 익숙한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짙다면 용과장은 익숙한 분야에서는 더이상 큰 과실을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날 때마다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이현진 본부장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이론적인 부분까지 최소 1개월, 길게는 3개월 이상 끝까지 파본다”며 “기술이 전세계적인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독창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돼야 장기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정모 차장은 “기술과 현금 흐름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며 “재무구조는 물론 기업탐방을 통해 밸류체인을 철저히 분석한다”고 말했다. 김명식 과장은 “무형자산의 가치는 재무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며 “영업이익 성장률이 매출액 성장률을 뛰어넘는 기업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물론 용과장의 ‘패기’에 대해 염려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아직 충분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증시 대혼란이 나타날 경우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소부장’으로 분류되는 송성엽 브레인자산운용 대표(49)는 “젊은 펀드매니저들은 아직 증시가 심각하게 급락하는 국면을 본 적이 없다”며 “젊은 매니저일수록 리스크 관리와 균형감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수시로 조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의 속성상 계속해서 하락하다가도 어느 순간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때문에 단기간 지나친 ‘몰빵’보다는 좀더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다.
용과장 중에는 대원외고 등 요즘 여의도 신흥 실세로 떠오르는 특목고 출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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