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앞다퉈 진행되고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 전경. |
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 6월까지 전국에서 155개 조합이 설립 인가를 받았다. 지역주택조합들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장만 전국적으로 120여 곳, 10만가구를 넘는다. 서울 성동구·송파구·양천구 등 매매시장에서 소위 잘나가는 지역은 아직까지도 경쟁이 치열하다.
성동구 성수동1가에서는 서울숲 일대를 비롯해 한강·중랑천 조망이 가능한 신흥 부촌 주거지라는 점을 내세운 '서울숲벨라듀2'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송파구 가락동 인근에서는 트리플 역세권 단지라고 홍보하는 '한양수자인' 지역주택조합이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양천구 목3동에선 명문 학군과 생활 인프라를 내건 '목동 아덴프라우드' 조합이 조합원 모집에 들어갔다.
서울숲벨라듀2차 조합 관계자는 "지난 3월 1차 모집 당시 764가구를 공급해 40일 만에 조합원 수가 채워졌고 현재 토지 매입 동의율은 85% 선"이라며 "2차 단지는 조합원 모집률 90%에 토지 동의율은 80%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조합은 내년 초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자갈밭에 아파트를 지어도 팔린다'는 말이 돌던 대구에서는 연말로 접어들며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세에 들어서 지역주택조합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달서구 일대에서 토지 계약률이 98%를 넘었지만 아직도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채 조합원을 '특별 추가' 모집하는 사업장이 있다.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됐지만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겉돌게 됐다는 진단이다. 서울에서 지역조합 사업지가 가장 많은 동작구 조합들도 여전히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지역조합 붐이 일었던 충북 청주에서는 '토지 매입이 사실상 100%여서 위험이 작다'는 점을 내세우며 '일반분양 같은' 지역조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보유분을 분양한다'고 하지만 아직 조합설립 인가가 나지 않은 데다 시공사도 '시공예정사'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조합원 모집이 잘 되지 않자 추진위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고 일반분양으로 돌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경기 김포 걸포2지구 지역주택조합은 시공예정사이자 사업지의 70%를 소유한 우방건설이 지역주택사업 형식을 보류하고 분양사업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선택해 기존 조합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구를 비롯해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경남에서도 분양사업 전환을 검토 중인 곳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합원이 전부가 아닌 70%만 모여도 땅이 확보됐다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공사를 한 후 일반분양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고 전했다. 조합원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조합원들이 내는 돈으로 땅을 사고 공사비를 낼 수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일반분양분을 고려하는 셈이다. 지난 6월 말 분양한 대구 경산 진량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일반분양으로 선회해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경우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조합 내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청주 흥덕구 한 지역주택조합은 토지 소유자 일부가 땅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사업이 무산될 상황에 처하자 분양대금을 날릴 위기에 놓인 조합원들이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분양대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경기 용인 마북지구 일대에서는 조합 측이 아파트를 지을 의지와 능력이 사실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에게 분양대금을 받은 것으로 인해 법정 공방에 이르렀다.
분쟁의 소지가 될 만한 거래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전에는 분양권 전매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거래 신고 의무 없이 웃돈에 따라 매매가 이뤄진다.
부산·대구와 함께 올해 분양시장을 주도했던 울산 지역 등에선 조합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사업지의 조합원 물건이 매물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로열' 동·호수가 지정된 경우라도 사업 승인 과정에서 단지 구성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로선 정보의 불투명성이나 홍보 문구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분양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가입하기 때문에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주체가 조합원들이어서 사업이 중단돼도 그간 내온 수천만 원의 조합 운영비와
이강진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애초에 시행사가 사업에 대한 확신 없이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를 비롯해 토지 매입이 다 끝났다고 하지만 계약서는 개인 정보라며 확인조차 시켜주지 않는 경우, 사실상 탈퇴 규정이 없어 발이 묶이는 경우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