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자본비율 기준 [자료 = 금융감독원] |
8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종합적인 자구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추가출자 논의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수출입은행에 대한 1조원대 추가출자 논의가 3개월 넘게 지속됐지만, 여전히 공전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해운 등 주요 지원업종이 위기에 빠지면서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해말 10.5%에서 6월말 10.13%로 떨어졌고, 9월말에는 한자릿수인 9.44%까지 하락했다. 국내 은행 가운데 총자본비율이 한자릿수인 은행은 수출입은행이 유일하다. 국내 시중은행 평균 총자본비율은 14.82%다.
총자본비율이 낮은 것은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하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최근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은 득될 것이 없다. 정부는 이들 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대출이 많은 수출입은행의 특성상 자연히 추가적인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수출입은행이 오히려 스스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의 자금조달 또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주로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건전성이 악화되면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해외 채권은 국내 채권금리의 일종의 기준점이 되고 있어 채권발행을 준비하는 국내의 다른 기업·기관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지난 8~9월부터 정부가 수출입은행에 대한 추가출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또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1조원대의 추가출자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 토지주택(LH) 공사, 한국전력 등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현물로 출자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추가출자 논의는 순조로운듯 보였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최 부총리는 “세계 수위권 조선업체를 다수 보유한 국가의 국책은행이 좋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는 바람에 시장상황 악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을 호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는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확실한 쇄신책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조선·해운·건설 등 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것도 수출입은행이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자금지원이 화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기재부가 지난 11월 해외 건설·조선업 부실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를 개최하고 정책금융기관들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금융지원을 하기에 앞서 전문기관의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다 모뉴엘 대출사기, 경남기업 부실화 등 내부적인 비리·부실심사 문제까지 고려하면 쇄신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이 추가로 악화되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추가출자가 더 늦어지면 곤란한 상황으로 자구방안은 마련중에 있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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