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유가와 같은 흐름을 보이는 정유주의 주가가 올들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에프앤가이드와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53.27 달러에서 37.78달러로 29.1% 급락한 반면 국내 정유업종 지수는 2960.48에서 4165.47로 40.7% 상승했다.
연초 8만5100원이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일 12만7500원으로 무려 50% 가까이 뛰었다. S-Oil도 4만8400원에서 7만6100원으로 57% 급등했다. GS칼텍스를 손자회사로 보유한 GS도 같은 기간 주가가 4만원에서 4만9750원으로 24.4% 올랐다. GS는 GS에너지 지분 100%를, GS에너지는 GS칼텍스 지분 50%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오히려 정유주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기현상’ 원인을 유가 약세 장기화에서 찾고 있다. 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큰 변동 없이 고착화 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정유주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입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 때문에 석유제품 수요자들이 구매를 미루게 되고 그 결과 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정유사들 마진이 줄어든다. 비축하고 있던 재고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손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요즘처럼 유가가 이미 충분히 하락해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면 수요자들이 석유제품 구매를 미룰 이유가 없어진다. 이 경우 석유제품 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고 원재료 가격인 유가만 하락하는 셈이어서 거꾸로 정유사들 마진은 올라간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제품 가격이 저렴해져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유가가 많이 하락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며 “낮아진 유가에 따른 정유제품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가 이미 충분히 하락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앞으로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씨티증권 등 몇몇 글로벌 증권사들이 유가가 20달러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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