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현대상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3% 하락한 1조553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14% 감소했고 운임도 두 자릿수에 가까운 하락폭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유가가 하락해 원가는 감소했지만 매출이 워낙 부진해 영업손실 680억원이 발생했다. 전 분기(631억원 적자)나 전년 동기(594억원 적자)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만기가 돌아온 사모사채 약 9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2017년까지 만기가 연장됐지만 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공모사채와 기타 차입금 등 부담이 여전하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위기 때문에 당분간 구조조정, 분할, 매각에 대한 소문이 시장에서 돌 것"이라며 "이에 따라 현대상선 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철강업종 대장주 포스코도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39.7%나 급감하며 15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항상 코스피 5위 안에 들었던 포스코지만 최근 시총 순위는 18위까지 떨어졌다. 포스코보다 한참 밑에 있던 화장품·생활용품 업체 LG생활건강(17위)에도 시총 순위에서 밀렸다. 중국 철강산업 공급과잉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철강 수요 감소로 몇 년 전부터 중국은 심각한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했지만 중국 정부가 성장과 고용 등 문제로 철강업종 구조조정을 주저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 등 국내 철강 업체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과거 방만했던 경영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도 포스코 주가가 급락한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말 포스코 계열사 수는 국내 47개, 국외 181개 등 총 228개에 달했다. 2017년까지 구조조정이 지속될 계획이어서 투자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회성 손실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건설업종에선 현대건설 부진이 뼈아프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건설은 장중 한때 2만9050원까지 밀리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현대건설 주가가 3만원대 아래로 밀린 것은 2005년 9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4월까지 분양 시장 호조로 주가가 5만8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최근의 부진은 저유가로 인해 주요 고객이었던 중동 국가 발주가 줄어든 데 원인이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수주액은 약 9조4000억원에 그쳤다. 현대건설은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올해 국외 수주 목표액을 약 19조원으로 잡았지만 겨우 반타작하는 데 그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 플랜트 발주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국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 상황이 나빠졌고 이슬람국가(IS) 테러와 내전 등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태라 발주 여건이 좋지 않다"며 "현대건설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종 대장주 삼성전자는 지난 1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단 사흘을 제외하고 연일 외국인 순매도에 시달렸다.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지난 10월 30일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주식 처분 기회로 삼았다. 박정준 JP모간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과거처럼 고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주주친화정책을 실시할 것인지에 대해 외국인이 아직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업종 대표주가 죽 쑤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예경 기자 / 용환진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