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형 빌딩이 밀집해 있는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일대 전경. <매경DB> |
이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개인 자산가들의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5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 이면에는 적잖이 늘어나는 '빌딩푸어'들이 있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팔고 기존 금융자산을 더한 뒤 저금리를 이용해 대출받으면 50억원 이하 일명 '꼬마빌딩' 구매가 어렵지 않다.
꼬마빌딩은 임대수입과 함께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란 장점 때문에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강남 빌딩은 수요층이 두꺼워 매매가 활발하기 때문에 환금성도 좋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올해 50억원 이하 꼬마빌딩 거래는 3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 거래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였다. 강남의 경우 이면도로를 낀 2종 일반주거, 3종 일반주거 지역 4~5층 꼬마빌딩들이 주요 투자처다. 하지만 활발한 거래 이면에 '빌딩푸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NAI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을 기준으로 5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빌딩은 수익률이 5~6% 선, 100억원 이상 빌딩은 4% 선의 수익률을 보이며 지난해 4분기보다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50억원 미만인 꼬마빌딩의 수익률은 3.5%로 작년 4분기(4.2%)에 비해 떨어졌다.
언주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소형 오피스나 통상가 빌딩도 월세를 한 번 내리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는 가격 경직성이 있어 임대료를 낮추느니 우량 임차인을 찾기 위해 렌트프리를 택한다"고 말했다.
연말 강남 역세권 소형 빌딩의 렌트프리 기간은 올 초 1~3개월이던 것이 이제는 2~6개월로 두 배 늘었다. 테헤란로 일대 대형 오피스빌딩은 기존 세입자 격인 IT기업들이 판교 테크노밸리로 빠져나간 영향이 크지만, 지난 3월 개통된 9호선 연장선 일대 새 빌딩들은 아예 수요 자체가 공급을 못 따라간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8~9%에 달하던 빌딩 투자 수익률이 최근에는 4%대까지 떨어졌지만 저금리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강남 꼬마빌딩의 수익률은 4%대 수준이지만 세금 등 비용을 제하면 실질 수익률은 1% 수준이다. 3%대 저금리로 은행 융자를 받아 투자했지만 이자 내기도 빠듯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을 경우 수익형 부동산이 아닌 마이너스형 부동산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백민기 NAI프라퍼트리 본부장은 "강남은 지가나 공급가 자체가 워낙 높다보니 수익형 부동산 전반의 수익률이 4% 선으로 다른 지역보다 낮다는 점도 고려해 기준 수익률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익률이 5% 이상인 강남 꼬마빌딩들은 보통 원룸 건물로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관리가 쉽지 않은 게 단점이다. 공실률이 높고 수익이 받쳐주지 못하면 시세차익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취득세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5%로 투자가 시작되는 여건이어서 어지간히 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본전 찾기도 힘들기 때문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자산가들이 빌딩 소유주가 되고자 하는 로망과 대출이자도 내기 버거운 빌딩푸어의 현실은 간극이 크다"며 "노후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