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매수·고점 매도가 오히려 고점 매수·저점 매도로 바뀐 것. 코스피 상단에서 주식을 사들이고 하단에서 주식을 내다파는 모습이 빈번하게 감지되고 있다.
13일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40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반기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8조4529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하반기에는 각종 미국 경제지표 호전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10조857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는 특히 코스피가 2000 미만일 때 집중됐다. 2015년 코스피는 최저 1800.75, 최고 2189.54를 기록했는데, 2000 미만일 때 외국인은 7조5457억원어치를 내다팔았고 2000 이상일 때 5조141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비쌀 때 사고 쌀 때 판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외국 자금 성격이 패시브 펀드인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요즘 한국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 자금을 따져보면 한국 사정을 잘 알고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 비중이 높지 않다"며 "신흥국 펀드가 대부분 한국 주식을 편입하고 있다 보니 국내 증시의 저평가 여부와 상관없이 신흥국 전망이 좋을 때 우르르 들어오고 나쁠 때 우르르 빠지는 행태가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외국인 행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투자 주체는 국내 기관투자가였다.
외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코스피가 2000 밑으로 내려갔을 때 4조6398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외국 자금이 들어오면서 지수를 끌어올릴 때 7조8139억원어치를 내다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국내 기관도 외국인 투자자처럼 한국 증시 전망을 좋지 않다고 보고 연중 3조17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지수 등락에 따라 투자 패턴을 달리하
개인투자자 행태는 외국인 투자자 패턴에 가까웠다. 코스피가 2000 이상일 때 1조7956억원어치를 사들였고 2000 미만일 때 51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간 투자 금액을 합해보면 1조2815억원 순매수였다.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 코스피를 떠날 때 지수 하락을 지지하는 기능을 개인이 한 셈이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