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국내 증권가도 오는 15~16일(미국 현지시간)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연방기금(FF) 금리를 현재의 연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2006년 이후 9년 만의 금리인상인 만큼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도 함께 내놓고 있다.
유동성 장세의 마감을 의미하는 금리 인상에 대해 증권가가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은 금리 인상의 충격이 시장이 이미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연준이 그동안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충분히 준 만큼 금리 인상을 걱정하는 투자자는 이미 주식시장을 떠났거나 현재 떠나고 있는 중일 것이란 분석이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확대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이 컸던 지난 3일 ECB 회의와는 달리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금융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러나 연준의 정책 스탠스가 경제 펀더멘탈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FOMC 회의 이후에는 그 동안 증폭된 온갖 비관론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도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나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이동보다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국내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금리 인상은 최근 글로벌 증시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유가 하락도 진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달러화와 유가가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게 되면 유가 하락도 진정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전망이다.
물론 금리인상을 바라보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의 경기 회복이 신흥국까지 이어지는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금리인상 여부 자체보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FOMC 회의 이후 진행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내놓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적정 기준금리를 1.25~1.50%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준이 최근의 유가급락, 달러화 강세에 대한 부담 등으로 내년 말 적정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완만한 인상’을 강조하게 되면 증시의 반등도 더욱 가파를 것이란 예상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회의 결과는 첫 금리인상 결정과 함께 미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향후 완만한 금리인상 기조를 명확히 해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는 연준의 향후 정책기조와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며 위험자산 수익률 회복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정상화에 나서면 시장 주도주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소형주가 유동성 장세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금리 인상 이후에는 전통적인 대형주가 다시 시장의 중심에 나서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나 내년 주식시장을 염두에 둔 중장기 투자전략 관점에서는 핵심 성장주 중심으로의 리밸런싱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라며 “과거 금리인상 시기
이어 임 연구원은 “2004년 6월, 8월 두 차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주식시장을 주도한 섹터는 건설, 기계, 조선 등 중국의 고도성장기 수혜주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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