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는 폭락 장세가 연출됐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4% 급락한 630.37로 마감했다.
12월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하며 9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조원에 달해 지난달 순매도 금액(1조9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달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3조원 규모로 감소하는 등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짐에 따라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세가 강해지는 모양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앞두고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 주식 비중을 전체적으로 줄이는 추세인데, 특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중국 편입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FOMC가 금리 인상과 더불어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해 어떤 멘트를 내놓느냐가 시장에 또 한 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머징 주식펀드에서 우리나라보다 투자 비중이 낮았던 인도와 대만도 우리나라 투자 비중을 넘어선 상태"라며 "앞으로 중국 대기업뿐 아니라 A주까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되면 우리나라에는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 둔화도 한국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계속해서 절하시키고 있는 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이 누적되면서 아시아에서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김승현 실장은 "신흥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외국인 수급이 악화되고 있다"며 "원화 약세로 인해 일부 대기업 수출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선진국 수요 의존도가 높은 IT산업 정도만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팀장은 "현재 이머징 마켓 환율이 절하되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 글로벌 펀드가 포트폴리오 정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5년간 코스피 장중 저점 시기는 평균적으로 11일에 나타났으며, 작년에는 12월 18일에 저점을 형성하고 반등했다. FOMC 회의 이후 글로벌 펀드가 포트폴리오 재편을 마무리하면 이번주 후반이나 다음주 초반에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가 연일 급락하고 있는 것은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저유가 충격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글로벌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미국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 악재다. 하지만 유가가 빠지면 신흥국에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원자재 수출국에는 악재지만 수입국에는 호재기 때문. 최근 아시아 각국 주가 흐름을 보면 이 같은 특색이 명확히 나타난다. 지난주 일본을 제외한 MSCI 아시아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3.3% 급락했다. 원자재를 소비하는 일본 인도 한국(MSCI 각국 지수 기준) 등은 한 주간 2~3%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한예경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