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랴오펑(廖鋒) 중민국제자본주식회사(중민국제) 총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헬스케어와 문화 산업, 고급 리조트 분야는 중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민국제는 중국 최대 규모 민간 투자회사인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중민투) 자회사다.
랴오펑 총재는 "중민투는 자본금 500억위안(약 8조2000억원)으로 금융 항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며 "중민국제는 중민투의 국외 투자 플랫폼 기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민국제는 최근 145개국 1700여 개사로 재보험·손해보험을 제공하는 글로벌 재보험사인 시리어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민국제 모토는 거대한 중국 시장 수요와 매칭할 수 있는 우수한 외국 파트너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그런 중민국제가 지난 10월 우리나라 한 레저기업에 투자했다. 바로 초고급 호텔·골프장 브랜드 '아난티'를 보유한 에머슨퍼시픽이 바로 그곳이다. 투자 금액은 중국 자본이 한국 상장사에 비경영참여 목적으로 투자한 자금 중 최대 규모인 1806억원에 달했다. 에머슨퍼시픽은 지난 15일 이 금액이 모두 납입됐다고 공시했다.
1호 한국 투자 대상으로 에머슨퍼시픽을 고른 이유를 묻자 랴오펑 총재는 "에머슨퍼시픽은 일반적인 부동산 개발사가 아닌 고급 휴양·레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고급 휴양 레저 호텔 그룹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레저산업 성장세와 호응이 된다는 점이 주효했다. 그는 "중국 고급 휴양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산업을 조사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국 금융회사와 투자은행(IB)을 통해 에머슨퍼시픽을 소개받았다"며 "에머슨퍼시픽은 우수한 경영진과 풍부한 경영노하우,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00~8000달러에 접어들며 고급 레저 휴양 소비시장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중민국제 목표는 에머슨퍼시픽을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적인 고급 휴양 레저 호텔 그룹'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랴오펑 총재는 "중민국제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중국·동남아 시장을 시작으로 에머슨퍼시픽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고급 휴양 레저 호텔 그룹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머슨퍼시픽이 국외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 현지 시장 정보, 마케팅 전략, 고객 수요 파악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민국제가 중국뿐만 아니라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홍콩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사업 기반을 가진 만큼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에머슨퍼시픽은 중민투의 다른 계열사인 중민가업투자유한공사(중민가업)와 함께 상하이에 호텔을 건설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중민가업은 상하이 와이탄 지역에 있는 17만5000㎡ 규모 대지를 보유하고
중민국제 측은 사실상 공동 대주주 자리에 올랐지만 기존 에머슨퍼시픽 경영방침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 등 대주주 일가 지분은 547만3173주, 중민국제 측은 547만3172주로 단 1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