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고 이용구 전 회장에게 바통을 물려받아 동아원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희상 회장(70)은 기업인이기에 앞서 와인 애호가로 더 유명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 씨의 장인으로 세간에 더 알려져 있다. 동아원의 전신은 1956년 전북 군산에 설립된 호남제분을 모태로 한다. 2012년 운산그룹에서 동아원그룹으로 간판을 바꿨다.
동아원그룹은 지배회사인 한국제분(옛 호남제분)을 비롯해 나라셀라 운산학원 해가온 등 와인·식품·사료 사업으로까지 확장해 2013년에는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고급 수입차 판매사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를 계열사로 두기도 했다.
1993년 부친 별세 후 곧장 경영 일선에 뛰어든 이 회장은 신동아그룹이 해체되면서 매물로 나온 동아제분을 2000년에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당시 동아제분의 인천공장과 한국제분의 목포공장을 합쳐 충남 당진에 최첨단 제분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입차에 관심이 많던 이 회장은 고가 해외 자동차 수입사업에 이어 와인 수입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와인농장 운영 등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또 이탈리아 명품 의류 브랜드인 '발란타인'을 수입하며 패션 사업까지 손을 댔다.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789%에 이르자 올해 초부터 동아원은 자산 매각에 나섰다. 수입차 판매사 FMK를 효성에 200억원을 받고 매각했고, 서울 논현동 운산빌딩과 와인 복합문화 공간인 신사동 포도플라자 등도 차례로 팔았다. 당진탱크터미널도 함께 처분했다.
서울 종로 명물인 고급 레스토랑 탑클라우드 역시 지난달 중견 식품업체 서울향료에 120억원대에 매각했다. 동아원은 외식계열사인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TCC) 가운데 와인바 뱅가를 제외한 탑클라우드와 더반스테이크, 더반카페 등을 정리했다.
와인사업만큼은 지키고 싶어했던 이 회장은 이달 들어서야 와인수입사 나라셀라 또한 와인유통업체 오크라인에 매각했고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다나에스테이트 매각 작업에도 착수했다.
올해 초 자산 매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아원 관계자는 "현재 주력사업인 제분과 사료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올 상반기 안에 그룹 비핵심 분야 자산 매각을 마무리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며 독자 생존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급기야 동아원은 그룹 지배회사인 한국제분마저 팔겠다고 나섰지만 이 역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인수 의향자들이 18일 만기 회사채 일부를 갚아달라는 동아원 측 요구에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한국제분 매각은 사실상 그룹 전체를 넘기겠다는 의미다. 이희상 회장은 한국제분 24.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한국제분은 동아원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제분을 인수하면 동아원 경영권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동아원은 이날 갚지 못한 회사채 원리금 304억원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인수·합병(M&A)을 계속 추진해 이에 따라 유입되는 자금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업계 관계자는 "원래 제분과 사료가 주축사업인 동아원그룹이 자동차 수입과 와인, 패션 등 전혀 다른 업종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게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