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린 데 이어 한전 등 국내 공기업 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이번 신용등급 상승 조치로 대외 신인도 개선 및 국내 공기업들의 이자비용 감축이 기대되지만 경기를 후행적으로 반영하는 신용등급 특성상 주식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1일 무디스는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8개 공기업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각각 한계단씩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전력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6개 발전자회사 신용등급도 똑같이 한계단씩 상승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KDB아시아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장학재단 등 6개 금융공기업 신용등급도 올랐다. 이들 21개 공기업은 지난주말 무디스가 한단계 상향조정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Aa2)과 똑같은 등급으로 조정됐다.
무디스측은 “유사시 정부가 한국 공기업을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반영돼 국가 신용도 상승이 공기업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용등급은 상향조정되지 않고 종전 그대로 유지됐다. 신용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믹 강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설립 근거법이 확실치 않아 유사시에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과 공기업 신용등급이 올라가도 주식시장에 외국인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주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는 외국인까지 돌아세우지는 못했다.
21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4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을 줄줄이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1141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지난 2일 이후 3조1805억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갔다.
사실 국가 신용등급 상승은 거시경제 건전성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국가 신용등급이 거시경제를 후행적으로 평가하는 지표인데다가 국가의 재정 건전성과 향후 기업들의 실적간에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기 때문.
지난 9월 S&P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등급 상향 조정했을 때도 이후 한달간 외국인은 210억원 누적 순매수하는데 그쳤고 두달후에는 누적 순매도로 돌아서기도 했다.
지난 2012년에도 무디스와 S&P가 모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올렸는데 이때도 코스피는 하락했다. 지난 2012년 9월 S&P의 신용등급 상승 직후에는 한달간 코스피가 4.1% 급락하고 두달간은 5.7%까지 빠지기도 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은 경기후행적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증시에 즉각 반영되지 않을 뿐더러 향후 기업 실적 개선이나 경제 성장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는 국면에서 한국 증시에만 특별히 긍정적으로 작용할만한 재료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용등급이 상승한 국내 공기업 주가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한국전력의 주가는 전날 대비 0.40% 하락한 4만9500원을 기록했고 한국가스공사는 0.81% 하락한 3만6700원에
다만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국채 선물 매수세가 이어지며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0.035%포인트 하락한 1.658%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0.026%포인트 0.018%포인트 떨어졌다.
[한예경 기자 / 김혜순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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