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한국투자증권 등 인수 후보 간 치열한 눈치작전 속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막판 승부수가 통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마감한 입찰에서 미래에셋은 산업은행 장부가에 매각 프리미엄 30%를 더한 2조4000억원을 감안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경우 덩치에서 확고한 국내 1위 증권사로 자리매김할 뿐 아니라 국내 증권업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 부문에 강점을 지닌 미래에셋이 증권중개(브로커리지), 투자은행(IB) 부문 등에 강점을 지닌 대우증권과 유기적 결합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등 증권사와 1등 운용사의 결합'이라는 업계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더 큰 효과는 '뉴 미래에셋'이 한국형 IB 등 국내 증권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그간 한국형 IB 도입을 외쳐왔지만 실제 움직임은 미미했다"며 "미래에셋이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 같은 글로벌 IB가 한국에서 나올지가 미래에셋에 달렸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써낸 가격은 인수 후보 중 그 누구도 써내기 힘든 가격"이라며 "박현주 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당초 거론되던 대우증권 패키지 매각가는 2조원대 초·중반대다. 인수 후보들은 산은자산운용 인수가로는 산은 장부가인 634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자산운용이 크게 매력적인 매물이 아닌 탓에 산은의 '체면치레'를 해주는 수준이다.
패키지 매각의 핵심은 대우증권 매각가 산정이다. 미래에셋은 산은이 매각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장부가에 프리미엄을 더해 본입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의 대우증권 지분 장부가는 1조7758억원으로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붙일 경우 2조3085억원에 달한다. 산은자산운용을 포함해 2조3700억원이다. 미래에셋은 이 같은 절차를 거쳐 2조4000억원대 입찰가를 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은 측은 면밀한 서류심사를 거쳐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경우 대우증권은 내년 5월 중순께 새 주인 품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대우증권의 새 주인은 상세 실사를 거쳐 실제 인수가격과 인수조건 등을 명시한 본계약을 다음달 중순께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심사 관문은 대우증권 새 주인이 대우
대우증권은 홍콩 등 해외법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 금융당국의 심사도 받아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마무리되고 대우증권 인수 대금을 완납해야 하는 시한은 본계약 체결 후 120일이다.
[한우람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