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3일(15:1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중국경기 침체로 위기에 빠진 두산인프라코어가 알짜 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을 사모펀드 SC(스탠다드차터드) PE에 매각한다. 매각가는 1조36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다소 지지부진했던 두산그룹 구조조정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SC(스탠다드차터드) PE를 공작기계사업그룹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SC PE 측은 인수금액으로 1조 36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마감한 입찰에는 대만 공작기계회사인 FFG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는 방산물자를 일부 생산하기 때문에 해외 매각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각국의 공정거래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시급히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두산 측으로서는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측은 사모펀드인 MBK 와 SC PE의 제시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한 때 유찰시키는 안까지 심각하게 고려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강한 상태에서 더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유찰시킬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SC PE와 조율 끝에 1조 3600억원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SC PE는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 지게차사업부 지분을 샀다가 두산에 재매각한 경험이 있다. 인수후보 가운데 두산과 가장 관계가 좋은 후보로 꼽힌다. 이런 깊은 신뢰관계가 이번 매각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그룹은 지난해 1조 3243억원의 매출에 15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알짜 사업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크게 건설기계사업그룹, 공작기계사업그룹, 엔진사업그룹으로 나뉘는데, 영업이익률이 11.9%에 달하는 가장 알짜 사업부다.
두산그룹은 회사가 위기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지난 2009년에는 비핵심계열사 3곳(SRS코리아, 삼화왕관, 두산DST) 가운데 경영권 없는 지분 49%를 FI들(미래에셋PE, IMM PE)에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 51%는 특수목적법인 DIP홀딩스를 세워 보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현재 DIP홀딩스 내 SRS코리아와 삼화왕관은 매각이 완료된 상태며,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5%와 두산DST 지분 51%는 아직 남아있다.
또한 올들어서는 밥캣 프리 IPO를 통해 7000억원을 조달해 올해 상반기 28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3분기 230%까지 낮췄다.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부채비율은 100%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도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서 상당히 좋은 가격을 받아냈다는 평가다. 1조 3600억원이라는 가격은 시장 예상가인 1조 초반대를 뛰어넘는 좋은 가격이다. 두산그룹이 내심 기대했던 1조원대 후반 수준에는 못미쳤지만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수준에서 매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매각가 1조3600억원은 그동안 시장에 두산측이 공개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에비타(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차감전 영업이익) 1770억원의 8배 수준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현대위아가 유가증권시장에서 6.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번 매각대금을 고금리 회사채, 대출을 상환하는데 우선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 5~6% 대 금리에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된다.
[박용범 기자 /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