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일자리 올해 5만개↓…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금융권 취업자(종사자)가 대대적인 감원과 고질적인 인사 적체에 따른 신규 채용 감소로 올해 11월 말 기준 지난해보다 5만1000명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금융권 종사자가 전년 대비 5만5000명 줄어든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 같은 감소는 저금리와 저성장 여파로 은행과 보험업계를 비롯한 금융권 수익성 저하에 따른 것이다. 내년 기업구조조정 추진이 가시화하고 임금피크제 확산과 국제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 도입이 본격화하면 금융권 취업 한파는 올해보다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통계청은 올해 11월 말 기준 금융권 종사자가 78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만1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종사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6만6000명을 기록한 이후 줄곧 80만명을 웃돌다 6년 만인 올해 다시 70만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들어서도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특별퇴직을 실시하는 등 감원 바람이 거세 금융권 종사자가 8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
올 들어 금융권 종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은 내년 정년 연장을 앞두고 희망퇴직과 특별퇴직 광풍이 불어닥친 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1122명의 특별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SC제일은행도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전 직원의 20%에 가까운 961명을 퇴직시켰다.
신한카드 등 비은행권 역시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처럼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감원 조치가 잇따르면서 전체 취업자 대비 금융권 종사자 비중은 올해 1~11월 기준 3.0%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융권 취업자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3.6%로 정점을 찍은 이래 3.4~3.5%대를 꾸준히 유지하다가 올해는 2%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취업자 감소 추세가 내년에는 더욱 강도 높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데다 글로벌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가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 은행은 자산 확대에 제약을 받게 돼 확장적 경영을 할 수 없게 되고 고용도 늘리기 어려워진다.
[정석우 기자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