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 수단인 워크아웃과 저신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법정 최고금리(연 34.9%)를 규정하는 금융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초부터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감독행정에 사실상 공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이 많은 부실기업은 사후적 구조조정 수단인 법정관리행(行)이 불가피하고 자산 100억원 이하 소규모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 대상 고금리 대출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8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대출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워크아웃 권고 대상인 C등급 판정 기업에 이달 31일까지 워크아웃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 워크아웃의 근거 법률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이달 말 일몰되는 한시법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 공방으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이 법률을 2년6개월가량 연장하는 내용인 기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해를 넘기게 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회 상황이 급반전될 경우 이론적으로는 통과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집행 근거 법률이 사라질 경우를 대비해 C등급 판정 기업을 대상으로 조기 워크아웃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면서도 "연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은 기업과 향후 급작스러운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을 찾는 기업들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소수의 제1금융권 채권은행들의 원활한 합의를 전제로 하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회사채, 기업어음 등 시장성 차입 유행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에서 수출기업들의 법정관리가 한동안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기촉법 개정안은 워크아웃 대상 채권에 제1·2금융권 대출뿐 아니라 시장성 차입까지, 대상 기업에 대출 500억원 이상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업법의 법정 최고금리 상한 조항 역시 같은 이유로 일몰이 예상되면서 소규모 대부업체들의 고금리 대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연 40%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의 대부업법 제8조 자체가 올해 말 일몰 대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법정 최고금리(연 34.9%)를 준수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정지도 방안을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자산 100억원 미만 소규모 대부업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검사를 통해 고리대출을 막을 수 있는 반면 소규모 업체들에 대해서는 검사 기능이 없어 사실상 '고삐 풀린 망아지'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