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은 어느때보다 변동성이 컸다. 연초 4년만의 박스피 탈출을 꿈꾸며 고공행진하던 시장은 대내외 악재에 장밋빛 꿈을 접었다. 시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대박’과 ‘쪽박’의 순간이 공존했다. 특히 올해에는 큰 사건에 휘말린 대형주들이 속출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도 극성을 부렸다.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제약·바이오는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로 휘청였으며, 기업공개(IPO) 봇물 속에 부진한 성적을 낸 종목들도 많았다.
◆ 내츄럴엔도텍(4월 22일, 14.90%↓)
내츄럴엔도텍은 상반기 고공행진하던 코스닥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대표 종목이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 원료가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바로 하한가를 찍었고, 이후 나흘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이후 주가는 같은 달 28일 잠시 반등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재조사 결과 가짜 백수오 원료인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지없이 폭락했다. 29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12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한때 9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8000원선까지 밀려났다. 주가가 10분의 1 토막으로 주저앉으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급락세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진 못했다. 특히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는 건강기능식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컸다. 이후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 원료 폐기를, 유통업체들은 이엽우피소 함유 백수오 제품들을 환불·회수 조치했다.
◆ 현대차 (6월2일, 10.35%↓)
현대차는 지속되는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6월 2일에는 전날 5월 판매량을 발표 결과 미국과 중국 수출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0% 넘게 급락, 13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 주가가 14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0년 8월 27일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다음날에는 SK하이닉스, 한국전력에 이어 한때 시가총액 4위를 기록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환율과 미국·일본 업체들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뿐 아니라 현대차의 경직된 노사관계, 수입차의 점유율 확대 등 첩첩산중의 문제로 현대차의 위기설은 연중 끊이지 않았다.
현대차 주가는 최근 바닥을 통과했으며 앞으로의 신차효과가 기대된다는 증권가 분석과 함께 배당시즌을 맞아 다소 안정화됐지만 여전히 연초 수준인 16만원대 후반에 훨씬 못미치는 1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국내 개별소비세 인하의 연말 종료돠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도 여전한 위험 요인이다.
◆ 대우조선해양(7월15일, 27.08%↓)
올 한해 글로벌 조선시장 침체로 국내 조선업계 전체가 휘청였다. 그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까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데다 분식회계 의혹까지 겹쳐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7월15일에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2조원 이상의 손실을 낸 사실이 알려지고 한국거래소로부터 채권은행 등의 관리절차 개시 신청설 또는 워크아웃 추진설등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으며 한때 하한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4조2000억원 가량의 지원을 받기로 하고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의 전량 매각, 대대적인 인적 쇄신, 직접 경비와 자재비 절감, 공정 준수를 통한 지연배상금 축소 등을 단행하며 비상경영체제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연수원과 골프장 용도로 활용하던 비핵심 자회사 에프엘씨를 매각했고 보유하고 있던 헬기도 전부 팔았다. 임원은 30% 감축했으며 임원들이 기본급의 10~20%씩을 반납하도록 했다. 부장급 이상의 고직급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통해 인원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내년에도 조선업 불황이 점쳐지며 주가는 현재 5000원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 15일에는 497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 삼성물산(7월17일 삼성물산 10.39%↓, 제일모직 7.73%↓)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 이슈는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에 대한 찬반논란까지 일으키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제일모직은 지난 5월 26일 삼성물산과의 합병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합병비율에 대해 일부 외국계와 소액주주들이 반발했으나 결국 7월 17일 주총에서 합병이 가결됐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공 소식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 시장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합병을 반대해 온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이 일어난데다 제일모직에서 기관의 대규모 차익 물량이 쏟아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각각 10.39%, 7.73%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엘리엇이 주총에서 이겼다면, (한국에서) 삼성물산 같은 대기업이 재벌 일가가 아닌 주주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낮게 평가된 한국 주식 시장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롯데쇼핑 (8월10일, 8.94%↓)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 부회장에서 해임되면서 시작됐다.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해임되는 등 기존의 보직을 하나씩 잃어갔지만 신동빈 회장은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러자 같은 달 신동주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려 했고, 신동빈 회장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롯데쇼핑은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8월 10일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백화점, 할인점의 매출 부진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단행한 12개 점포 매각(백화점 4개, 할인점 8개)으로 임차료가 늘어나면서 판관비가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8월 12일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공식화해 진화에 나섰다. 이어 같은달 17일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동빈 회장 본인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 개선 관련 안건을 통과시켜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또 사재출연으로 롯데 계열사 주식을 매입해 140개 고리를 해소했고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 보유주식을 매입하며 209개 고리를 추가로 끊었다.
◆ 더블유게임즈(11월 4일, 3,99%↓)
하반기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더블유게임즈가 상장일인 11월 4일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로 체면을 구겼다. 이날 더블유게임즈는 공모가 수준인 6만51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이보다 2600원(3.99%) 떨어진 6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더블유게임즈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16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소셜카지노게임 업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나스닥이 아닌 코스닥에 상장할 것을 권유해 유명세를 탔다. 특히 IPO를 통해 코스닥 시장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 기록을 세웠다.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5만1000~6만1000원) 상단을 훨씬 넘어선 6만5000원에 결정되면서 총 공모 금액이 2777억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코스닥 시장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상장 이후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주가는 약세를 거듭, 아직도 공모가 아래를 맴돌고 있다.
◆ 씨씨에스(11월 23일, 7.38%↓)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는 유난히 정치인 테마주가 극성을 부렸다. 특히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유력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면서 대표 ‘반기문 테마주’인 씨씨에스는 올 들어서만 370% 가까이 급등하는 등 변동폭이 컸다. 케이블업체인 씨씨에스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묶였다. ‘실속 없는’ 정치 테마주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초 470원에서 올해 마지막 거래일 2200원에 근접했다. 11월 13일에는 친박계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손 잡는 ‘친반(親潘) 연대’ 준비 소식이 알려지며 상한가를 찍었고, 16일에는 반 총장의 방북 추진 소식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후 20일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같은 달 20일과 23일 각각 6.55%와 7.38% 하락했다. 특히
[매경닷컴 윤호 기자 /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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